▲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지난 15일 청년일자리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조해 왔고, 나아지지 않는 청년실업 현실에서 처음 발표하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하지만 여론의 평가는 냉정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은 결국 민간의 몫’이라는 데 진영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공감대를 얻는 조건에서, 대책을 준비한 정부 입장에서는 조금은 억울할 법도 하다. 일부 지방선거용 퍼 주기라거나 ‘규제완화’와 ‘노동개혁’이 없다는 비판도 있지만 이는 청년실업 현실을 외면한 이야기거나 이전 정부에서 했던 대책을 반복하자는 말일 뿐이다.

이번 대책에 청년들이 시큰둥할 수밖에 없는 것은 문제 진단부터 어긋났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이번 대책은 청년 구직자보다는 중소기업 취업자를 위한 정책이다. 중소기업의 신규 정규직 고용에 대한 보조금, 한 중소기업에 2년 근속하면 1천300만원을 지원받게 되는 내일채움공제 확대,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소득세 감면 등이 골자다. 이것이 왜 청년실업 대책으로 발표됐을까? 현재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을 미스매치로 보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서, 인문계 전공자가 많아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고 ‘눈이 높아진’ 청년은 구직난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미스매치를 근본 원인으로 보는 것은 단편적 문제인식이다.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에 왜 청년들이 가지 않는지,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하고 말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일자리 미스매치는 원인이 아니라 피상적인 결과일 뿐이다.

그래도 이전 정권보다 훨씬 나아진 점은 있다. 이전 정권에서는 이를 비난하거나 “중동에 가라”고 했을 뿐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사회적 책임을 갖고 보상체계를 바로잡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소기업의 보상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수단이 당장은 임금격차 해소로 집중될 수는 있으나, 이조차 기업 기준으로 묶여 있어 청년이 느끼는 효과는 떨어진다. 내일채움공제도 청년의 자산형성 지원보다는 개별기업 근속 유도에 방점이 찍힌 것이 그 예다.

청년실업은 복합적인 사회 문제라 실업률 자체를 낮추기 위한 대책은 성공할 수 없다. 결국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찾아 해결해야 한다. 이미 한국 실업률은 국제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청년실업이 ‘국가적 재난’인 이유는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에서 단절·배제되기 쉽고, 실직이나 퇴사가 당장 경제적 곤경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또 실업이 장기화하면서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 불평등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경력 공백으로 취업이 된 뒤에도 개인적·사회적 손실이 남는 문제도 있다.

그렇기에 일자리의 양적 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은 답이 될 수 없다. 가장 절실한 해법은 사회안전망 강화와 불평등 완화다. 미취업기간이 장기화해도 사회에서 단절되지 않고 취업을 모색할 수 있는 니트(NEET) 맞춤형 지원 정책, 실업급여나 청년수당으로 대표되는 실직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자발적 이직자까지 포괄하는 실업급여와 최초 미취업자를 포함한 구직활동수당을 전면 도입해야 한다. 또한 니트에 대한 맞춤형 지원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에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진행하는 다양한 비금전적 지원이 좋은 예다.

노동시장의 불평등한 보상체계 완화를 위한 저소득 노동에 대한 직접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번에 30세 미만까지 확대된 근로장려세제는 연소득 1천300만원 이하, 1인 가구만 혜택을 보는데,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 소득기준이 대폭 완화돼야 한다. 노동시장 자체 보상체계에만 의존해 이를 고칠 게 아니라 사회적 보상체계를 강화해야 투입된 재원이 ‘특단’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과제라면, 이제 사회 진입시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지난 14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청년사회상속법(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검토해 볼 만한 정책이다.

취업자수·실업률 등 양적 지표 악화 속에서 발표된 이번 청년일자리 대책은 의미는 있으나, 전반적인 방향이 아쉽기만 하다. 대책의 한시성과 세금 퍼 주기 논란은 오히려 핵심에서 어긋난 비판이다. 청년실업이 10년 넘게 풀리지 않는데도 미스매치와 인구구조에 머물러 있는 문제인식이 문제다. 당장은 발표된 정책이 잘 집행되고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이번에 미흡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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