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고속철도 분리운영(KTX·SRT)을 통해 정부가 기대한 정책목표가 대부분 달성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코레일이 적자로 전환되고 지역 간 고속철도 운임 할인 차별로 부정적 결과가 양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철도산업의 올바른 통합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행정학)는 “SR 출범에 따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큰 점을 고려하면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철도분할정책에서 철도통합정책으로 전환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안호영·윤관석·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철도공공성강화시민모임·철도노조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수익 나는 고속철도만 운행하는 SR=고속도로 분리운영을 통해 정부가 기대한 정책목표는 △코레일 흑자 전환 △국민서비스 제고 △안전도 향상 △국가경쟁력 확보 △시너지 창출 등이다. 채원호 교수는 “SR 개통 이후 코레일은 3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데다가 지역 특혜 논란이 일고 이원화된 구조로 안전책임을 회피하는 문제와 운영사 간 자기이익 치중 문제가 발생해 대부분의 정책목표가 달성되지 않았다”며 “분리운영 기간이 짧아 성과 판단이 곤란하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철도 특성상 운영기간이 늘수록 외생변수도 늘어 명확한 측정이 곤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SR은 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운행할 제반시설과 시스템, 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탄생했다”며 “SR 업무 대부분을 코레일이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형적 관계”라고 지적했다.

2013년 12월 박근혜 정부가 고속철도사업면허를 발급하면서 SR이 탄생했다. 3년 뒤인 2016년 12월 개통했다. SR은 수서·동탄·지제 3개 역을 운영하며 수서~부산, 수서~목포 두 개 노선만 운행한다.

코레일은 전국 684개역을 운영하며 96개 노선을 운행한다. 수익이 발생하는 고속철도 운송사업만 담당하는 SR과 달리 코레일은 적자가 나는 일반·광역철도와 화물열차를 모두 운행한다. 코레일은 고속철도 운행수익으로 일반·광역·화물 열차의 적자를 보존한다. 채 교수는 “고속철도 분리운영이 장기화할 경우 일반철도의 안정적 운영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코레일 고속철도 매출감소로 일반철도 교차보조가 약화하면 공공성도 악화한다”고 우려했다.

◇“분리운영 이점보다 폐해 커”=SR 개통으로 개선된 효과도 있다. 수서·동탄·지제역 신설로 기존 고속철도 이용이 불편했던 서울 강남권 주민들의 고속철도 이용편의가 향상됐다. 고속철도 운행증가로 SR 개통 전과 비교해 하루 평균 이용객이 3만6천여명 증가했다. SRT 객실 전원 콘센트 완비, 와이파이 서비스 확대, 승무원 호출서비스 같은 부가서비스도 늘었다. 그런데 경쟁체제로 발생한 효과가 아니라 신규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효과로 볼 수 있다. 코레일이 수서발 고속철도를 운영했더라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분리운영 문제점은 또 있다. SR 개통이 코레일 매출감소로 이어졌고 SR만 10% 할인된 운임을 받아 지역 간 차별요인으로 작용했다. 채 교수는 “코레일 내부자료에 따르면 운영사 분리로 연간 260억원의 불필요한 중복비용이 발생한다”며 “SR 투자자 고수익 보장으로 철도운영 수익이 철도산업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과 황시원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도 코레일·SR 통합과 상하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고속철도·산업연구팀장은 “SR이 서울역을 이용하도록 하고 코레일도 수서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서적·업무적 통합에는 찬성한다”며 “분리운영 경험과 성과를 후퇴시키는 기관 통합에는 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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