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3명의 청소년이 18세 이하 참정권을 요구하면서 국회 앞에서 삭발을 하고 농성을 시작했다. 왼쪽부터 김정민(17), 권리모(16), 김윤송(16) 양. <정기훈> 기자

“어린것이 말대꾸한다는 이유로 뺨을 맞고 머리채를 휘어잡힌 적이 너무 많습니다. 청소년이 성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주지 않는 것과 같아요. 청소년 참정권 박탈은 폭력입니다.”

22일 오전 국회 정문 앞. 만 18세 이하로 투표권을 낮출 것을 요구하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기자회견에서 김윤송(16·서울) 양은 또렷하게 자기 주장을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을 한 김정민(17·서울) 양은 “제가 삭발을 하고 농성을 하면 선동당하고 조종당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감정이 있고 생각을 하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참정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리모(16·경남 마산) 양은 “나이가 한 자리 숫자였을 적부터 교사에게 무수한 폭력을 당해 왔다”며 “청소년에게 참정권이 보장되면 청소년들의 외침이 더 이상 무시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권을 간절하게 원한 이들 세 명은 삭발을 했다.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땅에 떨어졌다. 기자회견에서는 당당한 목소리로 자기 주장을 펼쳤지만,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이 땅바닥으로 떨어지자 눈물을 쏟았다.

허옇게 드러난 머리 위에 모자를 썼다. 연대를 상징하는 장미넝쿨로 둘러싼 모자였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는 선거권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다가온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바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아니 2020년 총선에서 시행될지도 미지수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월 개헌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발표한 신보수주의 혁신안에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했지만, 총 12년인 초중고 학제를 11년으로 줄이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투표를 하면 학교 정치화 논란이 일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댔다. 그런데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바꾸는 일보다 어려운 게 학제를 바꾸는 것이다. 선거연령을 하향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원내대표들, 민중당·녹색당 관계자가 참석해 18세 선거권 보장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서한으로 대신했다.

권리모 양에게 “선거권이 생기면 어떤 정치인을 찍을 것이냐”고 물었다.

“소수자 인권을 짓밟지 않고 반대세력 눈치를 보지 않는 정치인요.”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일갈이다. 찬성한다면서도 반대세력을 핑계대며 선거제도 개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일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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