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보건공단
앞으로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목격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도 안정적으로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일용직 노동자가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받는 동안 원청이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서 일정액의 임금을 보전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해석을 정부가 내놓았다. 이번 행정해석에 따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현장 추락사고로 심리치료가 필요한 일용직 노동자들이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원청인 포스코건설에서 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산재 트라우마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실비 지급"

22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 참여 노동자 지원방안'을 마련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7조5항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산재 트라우마 프로그램 참여 노동자들에게 교육비·출장비·수당을 지급하도록 현장지도를 하라는 내용이다.

산업안전보건교육 규정 5조3항을 보면 근로자건강센터에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간은 안전보건교육시간으로 인정된다. 지난 2일 엘시티 추락사고 발생 후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부산근로자건강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만큼 노동부는 트라우마 상담도 안전보건교육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전보건교육비에서 실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행정해석한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일용직 노동자들은 작업중지 기간에 임금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처참한 사고현장을 수습했더라도 생계 때문에 트라우마 상담보다는 다른 일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산재 트라우마 상담·치료가 꼭 필요한 노동자들이 정작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부산근로자건강센터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비용 등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노동부에 요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부는 1회 참석 지원비용을 공무원 출장비 기준(4만7천530원+대중교통비)으로 산출했다. 4만7천530원은 △일비 2만원 △식비 2만원 △수당(최저임금 7천530원X1시간)을 더한 것이다. 회사 자체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자체기준을 적용해도 된다고 봤다. 수당은 실제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가산지급하도록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부산근로자건강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 트라우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고시 내용을 확인해 안전보건교육비로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지원 비용 너무 적다" 지적도

정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지원방안을 찾은 것은 고무적이다.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건설현장 정규직 노동자뿐만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실비 지원액을 '공무원 출장비' 기준에 맞추면서 일용직 노동자 유인효과가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요즘 건설 일용직 일당이 15만~20만원 정도"라며 "아무런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하루에 4만7천원 정도 받자고 심리 상담을 받을 노동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일 부산근로자건강센터가 진행한 '트라우마 중재 심리교육'에 참여한 노동자는 34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근로자건강센터가 생존자·목격자·사망 노동자 소속업체 직원·현장 수습 노동자 등 상담이 필요하다고 본 인원은 420명이다.

행정해석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에 산재 트라우마 관련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책정돼 있는 건설업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행정해석이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든 시행규칙이든 법령을 개정해 중대재해사고가 일어나면 사업주가 반드시 산재 트라우마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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