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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태 2라운드와 난무하는 꼼수들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한국지엠 사태가 2라운드로 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군산공장 폐쇄와 정부 지원을 둘러싸고 1라운드가 있었다면, 정부 지원방식과 지엠 구조조정을 둘러싼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최근 언론과 정부를 통해 전달되는 내용 중 몇 가지 혼란이 있어 이를 비판해 본다.

첫째, 현재와 같은 한국지엠 경영실사로는 경영투명성 문제를 제대로 밝힐 수 없다. 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선임해 3월12일부터 경영실사에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이번 실사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실사 책임자인 삼일회계 때문이다.

삼일회계는 2009년 5월6일 파산법원에 제출한 ‘쌍용자동차 조사보고서’에서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에게는 책임이 없으며, 종사자의 37%인 2천645명을 정리하지 않으면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수 없다고 분석해 놓았다. 삼일회계는 ‘먹튀’가 잘못된 경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하이차가 기술유출을 목적으로 쌍용차를 인수했고, 기술유출 이후 적자를 과장해 회사를 파산시키고 중국으로 되돌아갔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상식이다. 하지만 삼일회계는 이런 경영행위에 어떤 책임도 없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렇게 부실화된 회사를 살리는 유일한 방법은 정리해고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게 삼일회계가 기업을 실사하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이런 기준으로 한국지엠을 실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엠이 경영 핵심자료를 제공하건 안 하건 간에 실사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엠은 다국적 기업의 관행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경영을 해 왔으며, 현재 상태로 경영은 충분히 투명하다. 하지만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고 말이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지원을 정당화하고,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것이 목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둘째, 지엠이 한국 정부와 노동조합을 압박하는 신차배정 여부는 공갈협박일 뿐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부평1공장에서 생산할 트랙스 후속과 창원에서 생산할 소형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지엠은 이 차들을 연 20만~30만대 규모로 한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정부와 언론에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트랙스 후속이나 미니 차종은 글로벌 지엠에서 한국 외에는 마땅히 생산할 곳이 없다. 신차가 실제 생산된다면 그건 지엠이 선물처럼 한국에 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선 한국 말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지금까지 트랙스를 생산한 공장은 한국·멕시코·스페인·중국이었다. 이 중 스페인은 매각됐고, 중국은 내수만 생산하며, 멕시코는 최근 몇 년간 북미 대형차 중심으로 생산을 재편했다. 한국 말고는 연 10만대 이상 트랙스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지엠에 없다. 미니 크로스오버 차종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수출공장이 폐쇄되면서 한국 창원공장 외에는 미니 차종을 생산·수출할 수 있는 지엠 공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셋째, 지엠의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은 장기적인 투자 의지가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압박하는 술수에 불과하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일대가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선정되면 한국지엠은 여러 소득세와 취득세를 5년간 감면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국지엠은 앞으로 큰 이익을 낼 일이 없다는 점이다. 계획대로라면 생산량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예측해도 50만대를 넘어서기 어렵고, 현재 비용분담 구조를 볼 때도 법인세가 부담될 정도로 큰 액수의 경상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지엠의 속내는 무엇일까. 정부 괴롭히기로 보인다. 유럽연합에서는 한국을 외국인투자지역 제도 때문에 조세회피지역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이 유럽연합 조세회피 블랙리스트에 선정돼 한바탕 난리가 났다. 실제로 유럽계 외투기업들은 한국법인에서 당기순익이 나도록 거래한 후 이를 배당으로 되가져 가는 행위를 많이 한다. 한국지엠과 정반대 형태로 조세 특혜를 이용해 자본을 빼 가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한국의 외투 특혜 제도를 없애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엠이 한국에 새롭게 외국인투자지역 선정을 신청한 것이다. 말하자면 지엠이 한국 정부를 ‘엿 먹이려’ 하는 것인데, 이전가격을 조사하는 정부를 상대로 “우리가 이전가격 되돌리고, 한국에서 순익을 낼 테니, 세금감면 해 주든지, 아니면 외국인투자지역 신청을 철회할 테니, 반대로 이전가격을 문제 삼지 말든지”라고 말이다.

넷째, 일부 언론이 새로 선임된 한국지엠 경영진의 브라질 근무 경험을 근거로 한국이 브라질 모델로 경쟁력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지엠은 브라질에서 90년 넘게 사업을 해 왔으며, 현재도 시장점유율 1~2위를 다툰다. 남미 자동차 시장의 중심인 브라질에서 지엠의 목적은 애초 철수 여부가 아니라 정부와 노조를 밀어붙여 이익을 늘리는 것이었다. 지엠은 2012~2015년 구조조정 기간에 트럭공장을 폐쇄하고, 1천여명을 해고하면서 노조를 무력화시켰고, 정부 지원금을 얻어 냈다.

하지만 한국은 브라질과 달리 지엠의 내수시장이 없다. 한국지엠은 수출용 중소형차 생산기지 목적으로 인수돼 15년간 운영됐다. 그리고 글로벌 전략 변화로 예전만큼 중소형차 생산이 필요 없어지자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하며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정부와 노조의 양보를 얻어 내려고 하는 상황이다. 노조가 양보하고 구조조정을 잘하면 브라질처럼 장기적 경영전망이 나온다는 것은 지엠의 글로벌 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지엠 사태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임시방편으로 해결되려는 듯 보인다. 정부는 우선 급한 불만 끄자는 식으로 지원에 나서려 하고, 보수언론은 무조건 노조 탓만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지엠 사태를 정확히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정부 당국에 필요해 보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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