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노동시간 한도를 주 52시간으로 못 박은 근로기준법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만성과로 인정 노동시간은 여전히 주 60시간이다. 위법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근기법 개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고시를 개정했다"며 "추가 연구용역을 한 뒤 개선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열린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만성과로 인정기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근기법 개정으로 5개 특례업종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는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는데도 노동부의 만성과로 인정기준은 주 60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법정 근로시간보다 매주 8시간을 더 일해야 달성할 수 있는 불법적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만성과로 인정기준 ‘주 60시간 초과’ 그대로=노동부는 과로사회를 막겠다는 취지로 올해 1월1일부터 달라진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뇌혈관질병 또는 심장질병 및 근골격계질병의 업무상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이 그것이다. 노동부는 고시 개정안에서 평균 업무시간이 주 52시간에 미달해도 교대근무나 휴일근무를 복합적으로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완화했다. 종전에 뇌심혈관계 질환의 업무관련성을 따질 때 노동시간만 보던 것에서 과로의 질적 요소까지 고려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그런데 개인 질병이라는 입증이 없는 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되는 당연 인정기준은 종전대로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과로사회를 방치하는 고시"라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주 52시간을 넘을 수 없도록 근기법이 개정된 상황이다.

김영주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고시 개정 당시) 근기법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근로시간단축에 맞춰 만성과로 산재인정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는 만큼 추가 연구용역을 한 뒤 개선방향을 찾겠다”고 말했다.

만성과로 산재 인정기준이 실제로 달라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가 내년쯤에나 관련 연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본도 우리와 똑같이 주 60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며 “(고시가)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다루는 것인 만큼 반드시 근기법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뇌심혈관계질환 산재 문턱, 실제로 낮아질까=노동부 고시 변경에 따라 2015년(산재 소멸시효) 이후 산재 불승인된 뇌심혈관계 질환자 4천132명에 대한 구제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진행될지도 관심사다. 김영주 장관은 재심사 청구가 가능한 4천132명에 대해 “재심사 대상자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통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이런 사실을 소극적으로 홍보했다는 비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나치게 엄격했던 만성과로 기준 탓에 지난해 산재신청을 했던 노동자 10명 중 3명(32.6%, 589건)만 업무관련성을 인정받았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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