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와 증가하는 기대수명에 발맞추기 위해 정부가 기초연금액을 늘리고 퇴직연령을 상향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는 '용돈연금'을 넘어서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제도개혁 논의기구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개혁방향과 해법’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민연금제도 시행과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창립 3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다. 심포지엄은 양대 노총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사회공공연구원·저출산극복연구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국민연금지부가 주관했다.

"한국정부 연금지출 비중 OECD 꼴찌 수준"

누노 쿠냐(Nuno Meira Simoes Cunha)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어떤 국가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인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으면 고령화사회,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올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12년, 미국 27년, 프랑스 43년보다 훨씬 빠르다.

쿠냐 선임연구원은 "노인의 삶을 지탱할 연금제도가 상대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에 시작돼 주요 국가 중 후발주자”라며 “짧은 가입기간으로 적정 급여를 받는 사람이 여전히 적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3명(29.8%)이 여전히 국민연금 미가입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신규가입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이 24%라고 발표했다. ILO가 1951년 사회보장 최저기준에 관한 협약을 통해 권고한 40%에 한참 못 미친다.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금지출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가입국 중 아이슬란드(2.0%) 다음으로 적다.

쿠냐 선임연구원은 “노인 빈곤 감소를 위한 단기적이자 핵심적인 해법은 기초연금액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미래 기초연금의 실질가치 보장을 위해 적절한 연동기제를 모색하고, 사회적 지출에 대한 재정을 증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년연장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 오랫동안 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동조건을 향상해야 한다”며 “늘어나는 기대수명에 대응하는 퇴직연령 상향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동계 "급여적절성 보장되면, 보험료 인상 가능"

노동계는 그동안 정부의 연금정책이 지나치게 재정안정성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돈을 더 쓸 의사가 있고 급여적절성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보험료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존 공적연금 재정계산의 접근 방식은 장래 인구추계와 경제성장률을 핵심 요소로 하고 저출산 대책이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등의 효과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며 “그 결과 급여 수준 삭감과 수급연령 인상으로 결국 급여적절성이 훼손돼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유재길 부위원장은 “앞으로 연금정책은 최대한 급여적절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정안정성과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의 적정급여를 확보하고 이를 위한 공동분담 노력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1처장은 “노인빈곤율에 대한 더 나은 정책적 대응을 위해서는 어떤 내용의 합의안을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전문가와 참여 주체의 숙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새로이 시작되는 노사정 대화 틀 안에 의제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가칭 ‘사회안전망소위원회’를 구성해 공적연금 개혁 방안을 다루면 성공적으로 연금개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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