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농협과 수협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지키지 않아 납부한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돌려 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사장 조종란)에 따르면 청주농협이 지난해 12월 공단을 대상으로 3년치 장애인고용부담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을 포함해 11개 농협·수협이 4억700만원 규모의 행정소송을 냈다.

장애인고용부담금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못한 공공기관·민간기업이 내야 하는 돈이다. 전체 직원 중 일정 비율을 장애인으로 무조건 고용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면 장애인 고용촉진에 사용될 기금을 내는 것이다.

2020년부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220억원에 이르는 부담금을 냈다. 그런데 일부 농협과 수협이 각종 협동조합법을 근거로 장애인고용도 하지 않았으면서 부담금까지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농협협동조합법·수산업협동조합법·산림조합협동조합법에 따르면 각 조합과 중앙회의 업무·재산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 조세 외의 부담금이 면제된다. 농·어민 소득보전을 위해 농경사회였던 1961년에 만들어진 법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수십 년 전 법을 근거로 반환소송에 나선 것이다.

공단이 패소해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 조직으로 소송이 확대되면 무려 157억원의 부담금을 돌려줘야 한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진행된 지난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은 우리 사회 약자인 농업인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조직인데도 장애인 의무고용을 이행하지 않고 부담금까지 뱉어 내라는 소송을 냈다”고 비판했다.

조종란 이사장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국가 전체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추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동부와 공단은 행정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농협 등의 조직들이 장애인고용법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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