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정년퇴직한 청소노동자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여 논란을 빚은 동국대가 청소노동자 직접고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50일 넘게 인원감축 철회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이어 온 청소노동자 사태가 일단락됐다. 다만 세부사항 합의 때까지 청소노동자 철야농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정년퇴직 8명 중 4명 자리 충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한태식 동국대 총장(보광스님)은 21일 오후 동국대 본관 청소노동자 농성장을 찾아 “동국대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면담은 이날 동국대 이사장실에서 진행됐다. 면담에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유은혜·전재수·강병원 의원, 한태식 총장과 임봉준 학교법인동국대 이사장(자광스님), 교육부·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참여했다.

면담에서 동국대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을 올해 상반기까지 직접고용하는 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한태식 총장은 “재단 이사회 통과를 비롯한 법적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단과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동국대는 또 청소용역 노동자 4명을 충원하기로 했다. 당초 노동자들은 정년퇴직 청소용역 노동자 8명 자리를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 한 총장은 “현재 학교 형편으로는 2명만 채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사장(자광) 의견대로 4명을 충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학교 예산이 지난해보다 77억원 줄었다”며 “8명을 다 충원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동국대 “부당노동행위 의혹 용역업체 계약해지 검토”

청소용역업체인 태가비엠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도 즉각 해지는 어렵지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국대는 올해 1월 말 기존 용역업체 계약만료로 태가비엠·그린씨앤에스와 계약을 맺었다. 청소노동자들은 “태가비엠은 부당노동행위 의혹 등으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기피 목록에 자주 오르는 업체”라며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유은혜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태가비엠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지금 당장 계약해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계약해지가 가능한지는 노동부에서 검토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 밖에 한태식 총장은 최근 청소노동자와 교직원 간 발생한 물리적 마찰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교직원이 대체인력으로) 청소하는 과정에서 교직원들과 (청소노동자들 간) 몸싸움이 있어서 교직원들은 교직원대로 다쳤다고 항의하고 (청소노동자들도 다쳤다)”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단돈 얼마라도 아쉬울 텐데 일을 하지 못해서 월급을 못 받아 가는 것이 제일 가슴 아팠다”며 “가능하면 빨리 월급을 받아 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 “환영 … 철야농성은 계속”

청소노동자들은 “환영한다”면서도 세부 결정사항이 합의될 때까지 철야농성을 이어 가기로 했다. 오종익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장은 “큰 결단을 내려 준 학교측에 감사하다”며 “이번 결단을 계기로 동국대가 사립대의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기 노조 교선국장은 “다만 태가비엠과는 어떠한 인연도 맺을 수 없다”며 “즉각 계약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한 총장이 농성장에 들어서자 청소노동자들은 한 총장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서로 “감사하다” “보고 싶었다”는 말을 나눴다.

앞서 동국대는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청소용역 노동자 8명 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올해 인력을 줄여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노동자들이 퇴직해 생긴 빈자리는 청소 근로장학생을 선발해 대체하기로 했다. 서울일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 47명은 이에 반발하며 대학 본관 총장실 앞에서 이날로 52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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