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 2. 21. 선고 2017고단1904 판결


1. 공소사실의 요지

민주노총과 전교조 등에서는 2015년 5월26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회 앞 인도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피고인은 같은날 오후 7시30분께부터 국회 정문 앞 인도에서 집회 대열에 합류해 참가자들과 함께 ‘공적연금 개악저지, 연금을 연금답게’라는 내용의 구호를 제창하면서 연좌농성을 했다.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명을 받은 경비과장은 집회 금지 장소에서의 집회 개최를 이유로 해산명령을 했으나, 피고인은 해산명령에 불응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집회 참가자들과 공모해 집회 금지 장소인 국회의사당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가하고, 관할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장에게 집회 금지 장소에서의 집회임을 이유로 해산명령을 받았음에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않았다.

2. 쟁점의 정리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는 ‘누구든지 국회의사당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는 위 조항에 근거해 피고인을 집시법 위반죄로 기소했는바, 과연 국회 100미터 인근은 집회가 무조건 금지되는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인지가 쟁점이 됐다.

3. 법원의 판단 요지

가. 적용법조의 위헌성 여부

국회는 분립된 국가권력의 한 축을 이루는 헌법기관으로서, 이러한 국회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 매우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 공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나 시위의 태양, 목적, 개최시각 및 시간, 참가인원 등을 고려한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국회의사당 경계에서 100미터 내 전체 구역에서 집회·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바, 이는 필요한 범위를 초과하는 권력의 제한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에 반한다.

나. 합헌적 법률해석

그렇지만 정당한 입법목적의 범위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을 적용한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성이 제거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물리적 압력이나 위해 가능성 등이 있는 경우’를 추가적인 구성요건으로 해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다. 결론

집회의 태양, 목적, 개최시간 및 참가인원 등을 고려해 볼 때 공소사실만으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물리적 압력이나 위해가능성 등이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 위반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이유로 한 경찰의 해산명령은 적법한 해산명령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그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4. 평석

대한민국헌법 21조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의 자유는 너무나 쉽고, 빈번하게 침해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집회신고제는 집회허가제로 변질돼 금지통고가 남발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아울러 현행 집시법은 다음과 같이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 장소를 규정하고 있다.

집시법 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금지 장소를 열거했다.

1.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2. 대통령 관저(官邸),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3. 국무총리 공관. 다만, 행진의 경우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다만,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나.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다.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하는 경우


위와 같이 광범위한 장소에서 집회의 시위나 태양·목적·개최시간·참가인원 등을 고려하지 않고 어떠한 예외도 없이 무조건 2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현행 집시법 11조는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상판결은 규범조화적 해석원칙에 입각해 기본권이 충돌할 경우 어느 일방의 기본권을 무조건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기본권이 모두 실현되는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의 기능, 국회의원의 보호와 시민의 집회의 자유가 조화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법률조항을 무조건 집회 금지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스스로의 책임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물리적 압력이나 위해 가능성 등이 있는 경우’로 축소 해석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헌법상 기본권 존중 원칙, 그리고 규범조화해석 원칙에 따라 정당한 해석을 했고, 특히 그동안 국회 100미터 인근을 절대적 집회 금지 장소로 봐 무조건 집회를 금지하고 처벌했던 검찰과 경찰의 권한 남용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판결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현행 집시법을 전면적·비판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검찰과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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