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원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흐름에서 홀연히 비껴간 곳이 학교는 아닌가 한다. 인천공항에서 불어온 정규직화 바람이 학교 내 담장을 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실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컸을 것이다.

아마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이유는 정규직과 같은 채용절차를 거쳐 들어오라거나 청년실업자들의 채용기회를 빼앗아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섞인 것 같다. 기존 정규직 교사나 임용고시 준비생도 같은 입장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수긍하기 힘들다. 학교 내 비정규직 일자리의 경우 대개 교사와 충돌하지 않는다. 이미 오랜 기간 학교 내에서 교사와 동등한 역할과 책임을 다한 이들이다.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외면했을 뿐으로 이제 와서 새삼 정규직화해도 사회 혼란이 발생할 여지는 없다.

지금까지 학교조직은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교사 이외에 다양한 노동자들을 채용했다. 그중에는 교사와 동일한 노동력을 제공한 직종도 존재한다. 이들의 경우 임용고시 통과라는 입직경로 차이만 존재할 따름이다. 영양사와 영양교사가 그렇고 사서나 사사교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처우는 큰 폭의 차이를 보인다. 기본급에서 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방학 중 근무형태도 다르다. 이러한 차별 발생에 대해 신분상에서 오는 차이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남는다.

실제로 영양사나 사서는 개별학교에 1명만 배치돼 근무하고 있어 교사가 아니더라도 관련법에서 정한 업무를 모두 동일하게 수행해야 한다. 어느 학교에 영양사를 배치할지 혹은 사서가 근무하던 학교에 사서교사를 전보하는 등 배치에 있어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교육청으로서도 난감한 처지다. 교사와 비교해 영양사나 사서가 차이가 있다고 하자니 이들이 속한 학교의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원망을 살 것이고 차이가 없다고 하자니 자신들이 지금까지 차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니 말이다.

굳이 이러한 난처한 입장을 빌리지 않고 법리적으로만 접근하더라도 차별적 처우에 따른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오히려 법리적으로는 한 치의 오차를 발견할 수 없다. 일단 동일한 업무와 배치기준이 적용되고 소지한 자격증에도 차이가 없다.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에게 각종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있고,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수업하는 시간은 전체 업무 중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며 이 역시 사서나 영양사들이 감당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현 상황은 사회 변화를 학교가 못 쫓아가는 형국이다. 안타깝다. 내가 이해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단순하다. 들어온 입구가 다르더라도 이를 이유로 노동력 평가에 차이를 두지 말자는 것이다. 직무급을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직무급은 그 사람의 신분이나 입직경로가 아니라 '하고 있는 업무'만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바라는 노동존중 사회는 이보다 한 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모두 동일한 통로로 들어와야 한다거나 일이 아닌 신분을 이유로 달리 취급하는 것은 사회가 바라는 변화가 아니며 교육가치와도 충돌한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은 나의 점심을 책임지는 분이 교사인지 여부가 아닌, 맛있고 건강한 급식을 책임지는 한 분의 선생님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 뒤에 낙인찍힌 신분차이는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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