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대통령 개헌안에 근로를 노동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국가의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노력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원칙적인 공무원 노동 3권이 포함되고, 노동 3권 목적에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보호'가 추가된 것도 관심을 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오전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 전문과 기본권에 관한 사항을 발표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과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함께했다.

헌법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과 6·10 항쟁 넣어
천부인권적 기본권 주체 ‘국민→사람’ 확대

조국 민정수석은 “이번 개헌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 중심 개헌이어야 한다”며 “기본권을 확대해 국민의 자유와 안전, 삶의 질을 보장하고, 직접민주주의 확대 등 국민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헌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헌법 전문에 4·19 혁명과 함께 부마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의 민주이념을 명시했다. 조 수석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법적·제도적 공인이 이뤄진 역사적 사건을 담았다”며 “촛불시민혁명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측면에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본권 주체를 확대한 부분이 눈에 띈다. 인간의 존엄성·행복추구권·평등권·생명권·신체의 자유·사생활의 자유·양심의 자유·종교의 자유·정보기본권·학문예술의 자유 등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했다.

반면 직업의 자유·재산권 보장·교육권·일할 권리·사회보장권 등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권리와 자유권 중 국민경제·국가안보와 관련한 권리에 대해서는 주체를 ‘국민’으로 한정했다.

근로→노동, 공무원 노동 3권 인정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국가 노력의무 ‘한계’

노동권은 상당 부분 강화됐다.<표 참조>

청와대는 일제와 군사독재 시대에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라는 용어를 '노동'으로 수정했다. 국가에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지급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시행 의무를 신설했다. 노동조건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했다.

공무원에게는 원칙적인 노동 3권을 인정했다. 현역군인 등 법률로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 3권 목적도 추가했다. 현행 헌법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에서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조국 수석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며 “노동자 권리를 국제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노동권 조항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제출한 개헌 자문안을 그대로 반영했다”며 “특별한 논란이 없었다”고 전했다.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보호” 노동 3권 목적 확대
파업권 제약받던 노동자 숨통 트이나

대통령 개헌안에 노동 3권 목적이 추가되면서 노동자들이 불법파업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근로조건 향상”이라는 목적 탓에 임금·노동조건 이외의 이유로 파업을 하면 불법파업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은 “근로조건은 기업에 국한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업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점을 감안해 현행 헌법보다 목적 범위를 노동조건 개선과 권익보호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은 “판례에 따르면 임금인상에 따른 단체행동권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리해고 반대는 불법이라고 한다”며 “정리해고는 노동자 생존을 흔드는 것인 만큼 일정하게 단체행동권 목적이 확대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노동 3권 목적이 권익보호로 확대되면서 노동자들의 숨통이 트이게 됐다”며 “반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아니라 국가의 노력의무로 명시하면서 상대적으로 의미가 약화한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양대 노총이 요구한 △무기고용·직접고용 원칙 명시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노동자 경영참여·이익균점권 복원은 대통령 개헌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생명권·안전권과 국민발안제·소환제 신설
자유한국당 “대통령 개헌안 표결시 전원 불참” 반발

청와대는 이와 함께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조국 수석은 “헌법에 생명권을 명시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했다”며 “국가의 재해예방 의무와 위험으로부터 보호의무를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정보기본권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 노력의무 △사회안전망 구축 및 사회적 약자 권리 강화 조항을 만들었다.

국민주권 강화를 위해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도 신설된다. 국민 요구에 따라 국회의원을 소환하고 국민이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규정을 뒀다는 설명이다.

조국 수석은 “국회의원은 명백한 비리가 있어도 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기 전까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세월호 특별법 입법청원에 국민 600만명이 참여했지만 입법발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개헌안은 국회가 여야 협의로 성안해야 하는데도 대통령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통령 발의안이 국회 표결에 부의된다면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은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형식이 맞지 않으면 진의가 훼손된다”며 “청와대가 밀어붙이기 식·여론몰이 식 개헌 추진을 강행한다면 개헌은 물 건너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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