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비정규직차별해소포럼 주최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험의 외주화와 산업안전 차별해소 토론회. 정기훈 기자
정부가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지난달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졸속 개정" 비판에 휩싸였다. 벌써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노사 의견수렴 없는 일방추진?=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비정규직차별해소포럼이 '위험의 외주화와 균열일터 산업안전 차별해소' 토론회를 열었다. 핵심 주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방향에 대체로 긍정하면서도 개정안을 추진하는 과정이 졸속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큰 틀에서 보면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이 과거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절차적·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개정”이라고 말했다. 전부개정 법률안을 만들면서 이해당사자인 노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데다, 안전보건 관련 단체나 전문가 참여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조기홍 소장은 “과거 역대 정권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면서 노사 및 전문가와 논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이런 상태로는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개정안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노동계와 논의가 없었다”며 “28년 만에 제출된 전부개정안이 현장 노동자 현실을 반영해 수정·보완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관련 계획을 촘촘하게 제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는 27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다. 발제자와 패널이 전부개정안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노동부 관계자와 연구진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노사 관계자들은 배제됐다. 공청회 발제는 송병춘 산재예방정책과장이 맡고,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정미 한국법제연구원 재정경제법제연구실장이 패널로 참여한다.

◇하위법령은 ‘백지 상태’=학계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졸속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졸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더욱 놀라운 것은 시행령·시행규칙 같은 하위법령 개정안이 입법예고기간인 현재까지 초안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았다는 점인데 관련 공무원들이 제정신인지를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조만간 하위법령 연구에 착수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제심사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법안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입법예고 이전에 하위법령 초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지나치게 서둘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내놓다 보니 법률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승태 한국경총 산업안전팀장은 “개정안에서 사업주 정의 조항이 달라졌는데, 다양한 형태의 근로종사자를 보호하려는 입법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이 근로기준법에 근거규정을 두고 있는 만큼 법률체계상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정진우 교수는 “명확성의 원칙·과잉금지 원칙·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 위배 소지가 있는 조문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며 “절차상 문제뿐만 아니라 내용상으로도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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