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교육은 백년대계다. 아는 것이 힘이 된다. 노조활동에서도 자주 들리는 말이다. 노조 선거 때마다 ‘교육사업 강화’는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하지만 현실은 구호에 그치기 일쑤다. 매일 터지는 노사갈등이나 제도 변화 등 현안에 대응하는 데에도 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 교육담당 전임자들이 가장 많이 사라졌다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선거에서 ‘교육노총’을 표방했다. 다행히 이후 전임자수나 신규사업을 늘리는 후속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박혜경(57·사진) 민주노총 교육원장을 만나 올해 사업계획과 노조활동에서 교육이 중요한 이유를 물었다.

- 조만간 교육원 강좌가 시작된다. 어떤 내용인가.

"지난해 선거가 늦게 끝나 올해는 좀 늦어졌다. 21일 ‘갈등조정 활동가 양성과정’으로 첫발을 뗀다. 노조 사이의 갈등은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더욱 커지고 있다. 조직 내부의 갈등도 상당히 누적됐다. 같은 조직 간, 부서 간 갈등이나 부서 안에서도 신참과 연장자 갈등도 상당하다. 자본과 싸우기도 모자란데, 우리끼리 싸우는 일은 활동가들을 지치게 한다. 1~3기 강좌로 효과가 컸다는 현장 의견이 많았다. 즉각 효과가 나타나는 교육은 아니지만 갈등을 풀 수 있는 자신감을 얻어 간다는 평가가 많았다. 총연맹 차원에서 하반기 조직갈등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맞춰 중점을 두는 사업이다."

- ‘조직활동가 양성교육’도 하는데.

"현재 기획단계다. 9~11월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민주노총이 ‘200만 조합원 시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조직화 교육사업은 가맹 조직별로 맡겨진 상태다. 2003년 무렵 50억원 기금으로 전략조직화사업 활동가를 양산하고, 활동비를 지원했다. 이후 기금 고갈로 사업이 멈춘 상태다. 그런데 다시 사업비를 마련하자는 결의가 있었다. 대의원대회에서 조합원 의무금 중 50원을 조직화 사업비로 적립하자고 결정했다. 조직화사업 중 하나가 조직활동가 양성교육이다. 총연맹을 중심으로 조직화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의견도 반영됐다.”

- 소개하고 싶은 사업이 있다면.

"올해 신설한 2개의 강좌를 알리고 싶다. 이달 27일부터 진행되는 스타파워게임 진행훈련 강좌가 첫 번째다. 참가자들에게 칩 같은 것을 차등해 지급하고 진행하는 게임이다. 지난해 교육활동가대회 때 시범교육으로 선보였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칩을 사고파는 게임을 하다 보면 자본주의가 왜 문제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다른 하나는 ‘노동과 인권이 만났을 때, 슬기로운 인권생활’ 강좌다. 이를 통해 1기 인권강사단을 양성할 것이다. 인권 시각으로 조직문화와 현장 관계를 돌아보며, 조직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교육 목적이다."

- 그동안 민주노총 교육사업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나.

"교육원이 안정적인 자기 구조를 갖지 못했다.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노총을 얘기했다. 이후 다섯 명의 전임자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그전에는 한 명일 때도 있었다. 부침이 많았다. 교육·훈련 영역에서 조직의 마인드나 지원이 아쉬웠다. 교육·훈련은 눈에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사업은 아니다. 교육은 밑으로 깔아 주고 조합원에게 스며들어야 한다. 새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됐다."

- 노동운동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는.

“교육은 노동자가 인간으로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도록 한다. 사회를 바꿔 나가며 의미 있는 삶을 살도록 하는 것도 교육이다. 같은 의미에서 교육은 한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동원된 인원이나 외형적인 것을 넘어 교육과정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교육은 교육장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투쟁하는 과정, 구속 같은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한 인간의 성장과 교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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