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이주공대위와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인권·노동단체가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속추방 중단과 이주민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동자연대 이미진
"다른 사람들이 없을 때 방에 와서 '나 한번 안아 줘, 뽀뽀하자, 주물러 줘 이래요. 한 번은 체류자격 연장을 하러 사장하고 단둘이서 트럭을 타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갔다 오는 길에 모텔 앞에다가 차를 세운 거예요. 저기 들어가서 자고 가자고…."

"니가 (성폭력 당한 일을) 말하면 너희 나라로 보내 버린다는 식으로 협박을 당했어요."

2016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에 실린 사업주 성폭력 사례들이다.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언어장벽과 한국에서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미투(ME Too)조차 외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정부가 여성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집중점검을 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20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외국인 노동자 고용사업장 504곳을 대상으로 지방노동관서 근로감독관과 고용허가제 담당자가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한다고 19일 밝혔다. 합동점검은 지난 8일 발표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의 일환이다.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겼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성폭력 사각지대에 내몰린 여성 이주노동자 문제가 사회이슈화된 점을 고려했다.

집중점검 타깃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축산 분야 사업장과 여성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언론·지역사회에서 문제가 된 사업장이다.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 노동환경을 점검한다. 임금체불·최저임금·노동시간 위반 여부를 살핀다.

이주노동자 인권유린의 상징처럼 된 비닐하우스·컨테이너 숙소 같은 주거시설도 점검대상이다. 비닐하우스는 퇴출 대상에 포함된다. 컨테이너 숙소는 일정 기준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냉난방 설비·안전장치·화장실·샤워실이 제대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부는 주거시설을 점검해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 중단을 비롯한 페널티를 주고, 기준 이상 사업장은 인센티브를 준다.

노동부는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에 대한 성희롱·성폭행 여부를 꼼꼼하게 점검한다. 점검단에 여성근로감독관과 통역원을 배치해 사업주를 배제한 상태에서 여성노동자를 면담한다. 면담 과정에서 사업주 범죄행위가 확인되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처벌한다. 노동부는 상·하반기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사업장 2천500여곳을 대상으로 추가 점검을 할 예정이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성폭력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주거시설을 집중적으로 살펴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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