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이명박씨가 지난 14일 마침내 검찰청 앞에 섰다. 2013년 2월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지 5년 만에 검찰에 나와 10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 횡령, 수십억원 조세포탈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나는 다스와 무관하다”, “(측근들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모른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년 전인 2007년 대선후보 당시 다스 소유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정색을 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던 모습과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말이 얼마나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거짓말인지를 밝혀 줄 진실이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다스 실소유 의혹 문제는 다스 인수의 종잣돈이 된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 문제, 140억원에 이르는 다스의 BBK 투자와 BBK 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자 문제, 청와대를 동원한 투자금 회수 과정의 문제, 다스의 BBK 투자금 반환소송 비용에 대한 삼성의 대납 문제, 수백억원에 달하는 다스 자금 횡령 문제와 연결돼 있다. 다스 실소유 문제는 이명박씨의 뇌물수수와 횡령, 조세포탈과 관련성을 입증할 관문과 같은 사안이라 하겠다.

다스는 13개 해외법인을 거느리고 연매출액 2조원이 넘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서 경주에서 부러워하는 중견기업이다. 다스 지분은 당초 이명박씨의 친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하 이 회장)이 46.85%, 고인이 된 이명박씨의 처남 김재정씨가 48.99%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10년 2월 김씨가 사망하자 김씨 아내 권영미씨가 다스 지분을 물려받으면서 상속세를 다스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하고 청계재단에 상속지분 중 5%를 기부하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김씨 아내 권영미씨가 상속세를 상속지분으로 물납함으로써 견실한 회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해 버린 것이다. 이후 다스 지분은 이 회장 47.26%, 김씨의 아내 권씨 23.6%, 권씨 상속세를 지분으로 받은 기획재정부 19.91%, 청계재단 5.03%, 이명박씨 후원회장 출신인 김창대씨 4.2%로 나뉘어졌다.

지분구조가 이렇다면 객관적으로 볼 때 이 회장이 다스 최대주주로서 지배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스 사업을 승계할 주체는 이 회장 아들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되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런데 다스 승계 프로젝트는 이동형씨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다스 소유권을 필사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이명박씨 아들인 이시형 다스 전무이사로 향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올해 3월1일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다스의 실소유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이명박씨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Z’라고 이름 붙여진 문건을 확보했는데, 문건에는 2010년 하반기 이 회장 지분을 이시형에게 이전해 다스를 사실상 이시형이 보유하게끔 만드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시형과 그의 경영 멘토로 알려진 정학용 다스 전무, 강경호 다스 사장은 이 회장의 다스 지분 비율을 낮추고 이시형에게 이전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인수·합병 전문업체와 국내 대형 회계법인까지 동원했다. 대주주 지분 확보에 자주 활용돼 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고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등의 방법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외부자금 동원 과정에서 다스 내부 사정이 알려질 위험성이 있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다스 지분을 이시형에게로 이전하려던 1차 승계 프로젝트가 실패하자, 다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형의 별도법인을 만들어 그 법인에 다스의 자금·사업기회·사업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의 편법 승계를 계획하고 추진한 사실이 다스 하청업체 창윤산업 대표의 폭로로 드러났다. 이시형에게 다스를 승계해 주기 위해 만든 법인이 바로 ‘주식회사 에스엠’인데, 에스엠은 이시형이 75%, 이명박씨의 매제인 김진이 25%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다스 승계를 위한 에스엠 설립 과정은 원청의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거래계약을 체결했던 하청업체의 사업을 강탈하는 과정이었다. 다스의 사내하청업체이던 창윤산업에게 다스에 직접 납품할 수 있는 사업권을 주는 것처럼 당근을 제시해 다스의 또 다른 부지에 자동차부품 제조공장을 설립하게 했다. 공장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그와 동일한 주소지에 이시형 소유의 서류법인(에스엠)을 만들고 창윤산업의 직원과 사업을 에스엠 소속으로 변경해 에스엠 사업으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창윤산업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다스는 자신이 약정한 납품거래계약을 무효화하고 창윤산업을 에스엠 하청업자로 전환시킨 후 노무도급단가를 40%나 후려쳐 하도급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하도급 계약마저 해지해 내쫓아 버렸다. 이명박과 이시형으로 이어지는 기업윤리 부재와 경영의 범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에스엠이 체계를 갖추자 2016년 다스의 자금으로 다스 부품 협력업체이던 다온을 에스엠 소유로 인수시키고, 이어 디엠아이를 인수시킴으로써 에스엠의 기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말부터 이명박씨의 다스 실소유에 대한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 수사가 재개됐고 승계 시나리오가 세상에 드러났다. "다스는 나와 무관하다"며 오리발을 내민 이명박씨는 뒤로는 아들에게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해 온 것이다. 다스 소유권에 대한 이명박씨의 부인이 계속되고 아들에게로의 편법 승계 시나리오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다스는 어느 순간 껍데기만 남고 곧 사라질 운명일지도 모른다. 스타렉스 차종 생산이 종료하는 2022년에 다스가 정리될 거라는 의혹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이명박씨가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 승계 시나리오에 관련된 강경호 사장·정학용 전무는 사표를 냈고 이동형은 부사장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정작 이명박씨의 아들 이시형은 평사원으로 지위를 바꿔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다스 감사실 법무팀원으로 배정됐다. 다스에 후계자를 묻어 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씨 부부가 10년 넘게 다스 법인카드로 4억여원을 썼다는 사실까지 보도됐다.

그럼에도 다스가 내 것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명박씨의 말,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인가? 언젠가는 시도될 편법 승계 추진으로 인해 다스 노동자들의 운명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다. 이명박씨는 2007년 대선후보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금의 염치라도 남아 있다면 아들 이시형을 당장 다스에서 내보내고 다스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해 사회에 환원하라. 그리고 겸허하게 법의 심판을 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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