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대한법률구조공단 구성원들이 이헌 이사장 사퇴를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지만 이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일반직과 변호사 모두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달 말까지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기관 운영 적폐, 공단 인력·시설 이사장 사유화

대한법률구조공단노조(위원장 정효균)는 15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장의 비상식적이고 노조 혐오적인 대처에 조합원뿐만 아니라 비조합원들도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사퇴하지 않으면 3월 말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사장의 기관 운영 과정의 적폐 사례로 △독단적 회의 운영 △공단 예산을 사용한 개인 홍보 △해이한 복무 행태 △직책수행경비 현금지급으로 회계 투명성 악화를 지목했다. 노조는 이사장이 공식회의 석상에서 본인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발언이 나오면 “그만”이라는 말로 발언을 중단시키곤 했다고 전했다.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징계하겠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이헌 이사장은 또 2016~2017년 공단 예산으로 홍보 USB 400개를 제작했다. 제작비용은 1천여만원이 소요됐다. 그런데 USB에는 공단 사업이 아닌 이사장 본인의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가 새겨졌다. 노조는 “공단 인력과 시설, 예산을 사유화해 개인 홍보용으로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일반직 간부와 변호사까지 등 돌려

노조는 지난달 21~22일 이틀간 경고파업을 했다. 일반직 직원 인센티브와 정년 차별 해소, 부서장 보직기준 차별 폐지를 요구했다. 공단에는 일반직·서무직 600여명과 변호사 100여명이 근무한다. 변호사와 일반직·서무직 간 차별처우가 커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이사장 퇴진도 요구했다. 노조는 경고파업 이후 지부별 순환파업을 하며 쟁의행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달 9일과 12일 4급 이상 일반직 간부 전원(63명)이 이사장 사퇴를 요구했다. “노조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사장 사퇴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사퇴요구서와 함께 보직사퇴서를 제출했다.

이헌 이사장은 다음날인 13일 새벽 본부 간부 20여명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 “오늘 10시까지 이사장 사퇴요구 철회, 보직사퇴 철회, 이사장에 대한 신뢰와 복종 등의 내용을 담은 경위서를 제출하라”며 “경위서 제출 이후 정상적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엉뚱하게도 법무부에 특별감사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단측은 14일 공문에서 “이사장에 대한 집단적인 항명으로서 공단의 조직기강 확립 및 업무 정상화를 위해 이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집단적 항명 표시를 한 일반직 간부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니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감사를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같은날 공단 변호사 100여명 중 90여명이 법무부에 이헌 이사장 해임건의서를 제출했다. 사퇴 요구에 변호사들까지 가세한 것이다.

노조는 이날 ‘공단 정상화를 위한 요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장은 변호사와 일반직의 갈등구도로 몰아 가려 했는데 마지막에 변호사들까지 등을 돌렸다”며 “스스로 나가는 것이 개인 명예라도 지키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사장이 자진사퇴하거나 법무부가 해임하지 않으면 공단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공단 감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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