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일자리위원회만큼 각광을 받은 곳도 없다. 일자리정책을 모든 국정의 최우선에 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였다. 대통령 스스로 위원장을 자천할 만큼 정성을 다했다. 청와대에 설치한 일자리상황판이 바로 일자리위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당시 과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일자리위를 만들 것인지 관심이 대단했다. 노동계도 비정규직 제로선언에 이어 다양한 노동정책을 힘 있게 추진해 갈 일자리위 설치에 커다란 관심을 가졌다.

이처럼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던 일자리위가 최근 급격히 그 존재감을 잃어 가고 있다고 한다. “일자리위원회 일이 없어졌다” “일자리위원회의 죽음” “무용지물 일자리위원회, 흐리멍텅 일자리위원회 전락”. 몇몇 일간지 뉴스 제목이다. 비판도 날카롭다. “사람도 없고 업무도 없고 사실상 조직이 무너졌다”는 취지다. 일자리위 부위원장이 6월 지방선거를 위해 사퇴하면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국가 내 커다란 조직이 한 개인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겠지만, 정부 일자리정책을 책임지겠다는 애초 다짐을 기억한다면 이용섭 전 부위원장 선택에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선거용이었다’는 시중의 비난을 피할 길 없다.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일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진정 알고 있었다면 쉽게 자리를 버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참에 일자리위 구성과 역할을 되돌아보고 정비하면 어떨까. 이는 곧 일자리정책 로드맵을 다시 세워 보자는 취지와도 닿아 있다. 15명이라는 적지 않은 위원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8개월 동안 일자리위가 몇 번 개최됐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치만 됐을 뿐 열리지 않는 위원회는 이미 위원회가 아니지 않는가. 조선과 자동차산업에 구조조정이 일어나 수천명의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나락으로 내몰릴 지경이지만 일자리위에서 이들의 일자리를 지켜 주기 위한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는 뉴스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일자리상황판 정리가 일자리위 설치 목적은 아니었으리라.

일자리위는 이해관계 당사자가 최대한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노사의 참여 확대를 말한다. 출범 당시 노동계에서는 일하는 주체인 노동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위원 전체가 15명인 것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적은 수다. 일자리위를 이끌고 있는 부위원장도 이러한 기조에서 선임하면 어떨까.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이거나 노·사 모두를 대표하는 공동부위원장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 당사자만큼 적임자가 또 있겠는가.

무엇보다 일자리정책을 세우고 추진함에 있어 노사가 함께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면 일자리정책 대부분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노사가 그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정책을 세우는 데 노사가 참여했던가. 진지하게 의견이라도 들었던가. 사회복지·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는 과연 누가 만들 수 있는가. 노사다. 조선과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구조 개편 당사자는 바로 노동자들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간명한 교훈이다. 이 땅에 모든 노동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이 존중받는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의지만으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 않겠나. 안타깝지만 필자의 어두운 눈에는 일자리위가 딱 그 지경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시스템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솔직히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인구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며 체념과 자조를 섞어 말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청년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구직포기자를 포함한다면 ‘이태백’이라는 말이 딱이다. 15일 정부가 ‘재난수준 청년실업 특단대책’ 발표를 예정하고 있지만 그저 임시처방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더 늦지 않게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핵심은 분배구조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자본으로 쏠린 부, 원·하청 중층적 수익체계, 무너진 노동가치 등은 모두 왜곡된 분배구조가 현장에서 나타난 모습이다.

마침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노동시장에서 큰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확신하건대 현재와 같은 왜곡된 노동시장으로는 더 이상 개정된 노동제도를 따라갈 수 없다. 늦었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분배가 뒤따르리라 예상된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부는 정의로운 분배를 감당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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