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에 비정규직 해소와 온전한 노동 3권 보장 관련 내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14일 자문특위 개헌 자문안을 확인한 결과 노동계가 요구했던 노동권 관련 내용이 다수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일할 권리·노동조건 노사대등 공동결정 원칙 명시

개헌 자문안에는 노동권과 관련해 근로를 노동으로 용어를 변경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을 명시했다.<본지 2018년 3월14일자 5면 ‘헌법에 근로→노동, 공무원 노동 3권 명시한다’ 참조> 이 밖에도 노동권 개념을 바꾸는 내용이 다수 들어갔다. 헌법재판소가 “일할 자리에 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을 수용해 ‘근로할 권리’를 ‘일할 권리’로 변경했다.

또 ‘근로의 의무’ 조항을 삭제해 강제근로금지 원칙 위반 소지를 없앴고, 노동조건의 노사대등 공동결정 원칙을 명시했다.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법률로 정한 최저기준 이상의 노동조건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주요 방위사업체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헌법 33조3항은 삭제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에 한해”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는 방위사업체 단체행동권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자문특위 자문안에는 배심제·참심제 같은 국민의 재판참여 근거가 마련됐고, “안전하게 살 권리”라는 문구로 안전권을 포괄적으로 반영했다.

무기고용·직접고용·노동자 경영참가 빠져

반면 국회 자문위안과 양대 노총 개헌요구안에 담긴 고용안정·무기고용·직접고용 원칙이나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는 자문안에서 빠졌다. 평등권에 고용형태를 포함하는 안도 반영되지 않았다. 비정규직과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조항을 자문특위가 자문안에서 제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 3권을 보장하는 목적 조항에서 개헌 자문안과 국회 자문위안이 차이를 보였다. 국회 자문위안에는 단체행동권 보장 목적으로 “노동자는 경제적·직업적 이익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양대 노총 개헌요구안에서는 “노동자는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및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해”라는 문구를 넣었지만 자문특위 자문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현행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라는 문구가 유지됐다.

노동자 경영참가를 의미하는 노동자 사업운영 참가권 명시(국회 자문위안)와 노동자 경영참가·이익균점권 복원(양대 노총 개헌요구안)도 자문특위 자문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양대 노총 “대통령 발의안에 노동권 강화 포함해야”

이번 자문특위 자문안에 대해 노동계는 “노동이 사라졌다”고 반발했다. 21일 대통령 개헌 발의안이 마련되는 만큼 이번에 제외된 노동권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은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자문특위 자문안에서는 노동권 강화를 위한 핵심 내용이 빠졌다”며 “불공정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통령 개헌안에는 양대 노총 개헌요구안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란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촛불 이전과 이후의 사회는 달라야 하며 노동권 역시 그렇다”며 “노동자 지위 보장이 핵심인데도 직접고용·경영참가·노동 3권 목적 추가 등이 모두 빠진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그동안 헌법에서부터 해석론으로 노동자 파업권이 엄격하게 제한돼 왔기에 노동 3권 목적이 반드시 추가돼야 한다”며 “국회에 가기도 전에 너무 양보하다 보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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