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정부가 국내외 여행사 간 계약서에 관광가이드 활동비 지급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함으로써 대형여행사와 현지 여행사(랜드사), 현지 관광가이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를 일정 정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관광가이드 활동비 최소 30% 보장”

1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위원장 문현군)에 따르면 최근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외 관광가이드 노동조건 개선안을 마련했다. 문광부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지난 12일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관광가이드에 대한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하는 내용의 여행표준협약을 삽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내외 여행사 간 계약서와 응찰서에 “을(해외여행사)은 여행서비스 품질향상과 소비자 후생증진을 위해 갑(국내여행사)이 송출하는 여행자를 인솔하는 가이드에게 여행자가 현지에서 직접 지불하는 가이드 경비의 최소 30~40% 이상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문광부는 또 합리적인 소비환경 조성을 위해 여행상품 적정성을 검토하고 시정을 위한 모니터링단을 운영한다. 저가 여행상품에 대한 소비자 피해사례를 전파하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우수 여행상품을 선정해 홍보한다.

문광부는 23일 태국에서 한국여행업협회와 태국여행업협회, 노조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와 회의를 갖고 태국 현지 관광가이드 애로사항을 듣고 여행표준협약 내용을 최종 확정한다. 여행표준협약은 동남아시아 국가 전체에 준용된다. 문광부는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가 외국인 관광가이드를 허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현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여행표준협약 어겼을 때 제재 필요”

지난해 여행사 간 저가경쟁과 대형여행사에서 랜드사, 관광가이드로 이어지는 다단계 착취구조로 관광가이드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여행사 간 경쟁으로 대형여행사는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관광객을 모집한다. 호텔·식사·차량 등 현지 비용을 받지 못한 랜드사들은 관광가이드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쇼핑과 선택관광을 강요해 손실을 메우라고 지시한다. 관광객이 선택관광과 쇼핑을 하지 않으면 랜드사와 관광가이드가 손해를 입는 구조다.

문현군 위원장은 “저가 여행상품은 관광객 1인당 80만원을 관광가이드가 메워야 한다”며 “표준여행협약으로 다단계 착취구조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활동비 지급을 명분화함으로써 관광가이드 처우를 개선하고 실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인규 노조 한국관광통역안내사본부장은 “최근 태국에서 관광가이드가 심장마비로 숨졌다”며 “휴일 없이 몇 달간 일하며 쉬고 싶어도 쉬지 못했는데 정말 심장마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로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대형여행사들이 저가 여행상품을 과도하게 판매한 탓에 관광가이드들이 쇼핑과 옵션으로 손실분을 메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고,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행상품별 현지비용이 다른 상황에서 '가이드 활동비 30~40% 이상 지급'이라는 애매한 문구 대신 상품별 기준과 표준약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형택 선문대 교수(국제레저관광학)는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관광가이드에게 적정 수수료를 주고 억지 쇼핑을 강요하는 관행을 없애겠다는 취지에 의미가 있다”며 “여행상품에 가이드 비용을 포함시켜 명시하는 방향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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