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청소노동자 A씨는 지난해 야간근무를 하다가 남성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관할 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담당 근로감독관은 "당사자는 이미 대기발령 상태니 현장소장하고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며 진정 취하서를 쓸 것을 권유했다.

# 회사 회식자리에서 사장에게 성희롱을 당한 디자이너 B씨는 용기를 내 가까운 노동청을 찾았다. 개방된 공간에서 다른 남성 근로감독관도 있는 가운데 성희롱 사실을 낱낱이 밝히는 게 대단히 불편했다. 이후 사용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됐다는 얘기를 듣고 B씨는 "과태료가 얼마나 나왔냐"고 물었다. 근로감독관은 "과태료가 나와도 본인에게 줄 돈은 없다"고 답변했다. B씨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고용노동부가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주무부처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고용평등상담실네트워크는 1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가 네트워크에 제공한 '직장내 성희롱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노동부에 접수된 직장내 성희롱 신고사건 2천734건 가운데 가해자 징계나 당사자 분리 같은 시정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307건에 불과했다. 사업주 기소까지 이어진 사건은 0.5%(14건)에 그쳤다.

이들은 "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 업무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을 각 지청마다 1명씩 배치해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집중 감독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며 "고작 1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정부의 안일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이달 8일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대응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직장내 성희롱 사건을 포함해 남녀고용평등 업무만을 전담하는 근로감독관 47명을 지청에 신규배치하고, 사업주가 직장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관련해 징계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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