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산업노련
공공보건의료공단을 설립해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관리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공공병원 관리주체를 공단으로 일원화하고, 민간병상을 공단이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공공병상을 늘리자는 것이다.

한국노총과 공공연맹·의료산업노련·연합노련·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 공공의료의 바람직한 관리를 위한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과 효과’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노총과 공공연맹·의료산업노련·연합노련은 지난해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타당성 연구’를 했다. 이날 토론회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공론화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시장으로 넘어간 의료공급체계 재편하자”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형준 정책실장은 “국내 의료 분야 등에서 나타나는 과잉진료와 급격한 의료비 증가, 의료서비스 지역불균형 같은 문제점은 근본적으로는 의료공급이 시장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며 “공공의료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년째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공공의료는 절대적으로 비중이 부족하고 관리주체가 분절돼 있어 통일성 있는 관리가 힘들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취약해 공공의료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수익성을 추구하도록 구조화돼 있다”며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일기관인 공공의료보건공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을 통해 분절화된 공공의료시스템을 수직적·수평적으로 통합하고, 인적교류·교육훈련을 효율화하며 기능적·재정적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는 공단을 설립하면 △공공병상 재구성 △의료취약지 해결 △취약계층의료 필요 해결 △공공의료 질 관리 △의료전달체계 관리 효율화 △일자리 창출 △재난적 의료상황 대응능력 확대 같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공단 설립에 드는 돈은 국민연금 사회적 투자분을 활용하거나 건강증진기금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정형준 실장은 “공단을 통해 국민에게는 적정의료를 보장하고 사회적으로는 대도시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중심 건강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는 만큼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공단 설립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사회적 합의 필요”

토론에 나선 시민단체·학계·정부 관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은 “공단 설립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법을 제정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설립해야 하는 만큼 우선 지자체에서 관할 공공병원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지역전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진단에 공감한다”면서도 “대안으로 제시한 공단 설립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준 교수는 “공단과 같은 단일 체계로 공공병원을 재편하는 것이 지방분권화 측면에서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공단 설립이 오히려 도시와 지방의 격차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실적으로도 설립 주체와 근거 법률이 다양한 공공병원을 단일한 공단 형태로 재조직화할 수 있는지도 추가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일룡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공단이 국내 의료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분들은 우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공단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현장에 이로운지 사회적 합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일룡 과장은 “정부 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는지 냉철하게 살피고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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