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창립 8주년을 맞이하는 청년유니온에 새롭게 5기 지도부가 선출됐다. 추운 겨울을 헤쳐 온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신의 일터에서 변화를 일으키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난 두 달은 많은 청년의 공감 속에서 청년유니온이 앞으로 2년 동안 함께 만들어 갈 변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한국 사회는 지난 1년 동안 정치적 대격변을 거쳐 왔다. 꼭 2년 전에 김민수 전 위원장이 눈 내리는 국회 앞에서 최경환 공천반대 1인 시위를 했던 때를 생각하면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비켜 간 총선과 2016년 최저임금 운동을 거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났다. 그리고 서울 광화문에서, 아니 전국에서 매주 이어진 촛불의 행렬에 둘러싸인 국회는 탄핵을 가결시켰고 대통령이 끌려 내려왔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채 안 됐지만 여러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청년이 겪는 일터 현실은 아직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해마다 외환위기 이후 사상 초유 기록을 갈아 치우는 청년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야근과 초과근로, 폭언과 성차별, 노동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여전히 일상이다.

지난 2년 동안 급격한 정치적·사회적 변화는 청년세대가 함께 만들었다. 청년들은 총선과 대선에서 투표장에 몰려가서 심판의 표를 던졌고, 매주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만들어 낸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독 청년의 직장은 변화의 무풍지대와 같다. 어긋난 방향의 괴리가 커질수록 청년이 느끼는 냉소도 다시 커질 수밖에 없다. 1년 전에 최고 권력자도 끌어내렸던 ‘변화는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 개별 사업장 문제임에도 이러한 일터의 문제를 사업장마다의 변화를 통해 만드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청년이 겪는 노동문제의 특징은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노동조합 결성이나 그에 준하는 활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업주와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가깝고, 싸운다 하더라도 사업장이 영세해 지불여력이 높지 않다. 개별 사업장에 갇혀서는 고립되기 십상이다.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생경한 한국의 현실상 당연하거나 사소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사업주와 감정적인 대립까지 각오해야만 한다. 게다가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이를 견디면서 계속 같은 직장에 머물러야 하는 미래 전망도 없기 때문에 청년들은 여러 사업장과 사업장을 부유하게 된다. 애초 평균 근속기간이 3년에 불과한 청년에게 ‘내 일터’라는 것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내 일터’가 변화한다는 확신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청년에게 “당신의 일터에서 변화를 일으키다”라는 구호는 역설적이면서도 당연한 귀결이다. 특히 ‘일터에서의 변화’가 글자 그대로 가능하다면 청년유니온이라는 청년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노동조합이 애초 등장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청년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별 일터를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개별 직장을 넘어서는, 산업 단위를 넘어서는 연결을 필요로 하며 어떤 사회적인 힘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사회적인 힘이 일터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나 사회 체계 변화에 대한 논의까지 닿고, 동시에 다시 개별 일터로 연결돼야만 하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이 지난해 tvN의 고 이한빛 PD 사건 연장선에서 대응하고 있는 방송 드라마 제작현장 문제 대응이 이를 보여 주고 있다. 현장의 당사자 목소리에서 출발해 여론과 사회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산업 전반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청년유니온 스스로의 운동 방식에 한 정형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적 변화에 조응하는 삶의 변화, 일상의 변화, 일터의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터의 개별적인 목소리가 더 주목받아야 하고, 일터를 넘어 확산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사회적 힘이 개별 사업장이나 산업에 어떠한 강제력을 형성해 일하는 청년의 발언력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순환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순환이 축적된다면, 개별 기업이나 산업에 대한 강제력을 사회적으로 조직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의 모습을 실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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