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노조파괴 저지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8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에서 집단삭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곱슬거리던 머리카락이 땅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드러나자 청소노동자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지켜보던 동국대학생들도 눈물을 훔쳤다.

8일 학교 인원감축에 반발한 청소용역 노동자 18명이 삭발을 단행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은 빨간 조끼를 입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노동단체 활동가들로 넘쳤다. 본관 앞 길목에 앉을 자리가 모자라 학생들이 길목 옆 잔디밭까지 빙 둘러섰다.

동국대는 지난해 말 정년퇴직한 청소용역 노동자 8명자리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줄였다. 노동자들이 퇴직해 생긴 빈자리는 청소 근로장학생을 선발해 대체하기로 했다. 서울일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 47명은 이에 반발하며 대학 본관 총장실 앞에서 이날로 39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기자회견장을 지킨 한 학생은 “동국대 청소노동자 문제는 여성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성차별적 사회가 여성들을 저임금·고용불안정 일터로 내몰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소노동자 대다수가 고령 여성노동자로 구성돼 있는 만큼, 청소노동자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여성노동자의 인권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그동안 하찮은 일로 인식되던 청소노동의 가치를 다시 해석하고 드높여야 한다”며 “청소노동자의 임금과 고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연세대 청소노동자들도 결원노동자 31명 충원을 요구하며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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