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전기원 노동자 백혈병 산업재해 인정을 계기로 정부가 이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철갑(56·사진) 조선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7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문재인 정부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꼭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건설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교수는 그 자리에서도 전기원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검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년 전부터 광주지역 전기원 노동자들의 건강상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 광주 전기원 204명을 대상으로 집단의료상담을 해서 42.7%가 뇌심혈관계질환, 63.7%가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16년에는 건설노조 전기원 조합원 대상 혈액검사를 통해 암질환·뇌심혈관계질환 간 연관성을 의심해 볼 만한 결과를 도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26년간 고압선 작업을 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장아무개씨의 산재 인정은 그에게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역학연구가 부족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석했던 지금까지의 판정 경향과 완전히 다른 결과였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관련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전자기장 노출이 발암성을 가진다'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극저주파 자기장이 백혈병 발병에 관련이 있다는 일부 역학연구가 있고 장씨가 장기간 100~300마이크로테슬라(μT)의 극저주파 자기장에 수시로 노출된 점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역학연구 부족을 '인과관계 없다'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학문적으로는 논쟁을 벌일 순 있지만 산재보험은 자연과학적인 근거를 따지지 말고 사회보장 차원에서 바라보고 전향적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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