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노사가 지주회장 권한을 줄이고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충돌하고 있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박홍배)가 이 같은 내용의 주주제안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자 지주 이사회가 "안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금융노조와 지부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소수 주주가 낸 주주제안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5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주주총회 참고자료를 공시하면서 지부와 우리사주조합이 제안한 정관변경안과 사외이사 추천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낙하산 인사의 이사 임명을 배제하고, 지주회장 권한을 줄이는 정관변경안과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내용이다.

기업 이사회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채용비리를 저지른 윤종규 회장의 셀프 연임을 막지는 못할망정 앞장서더니 이번에는 주주 권리조차 방해·부인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지부는 공동성명을 내고 "회사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경영진의 노조 선거개입과 윤종규 회장 셀프 연임, 채용비리 문제가 터져도 어떠한 조치나 해명도 하지 않으며 임무를 방기했다"며 "내부감시자 역할을 해 줄 독립적인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막기 위해 이사회가 주주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이사회는 주주제안 반대 의견 공시까지 하며 주주권을 훼손할 권한이 없다"며 "반대 의견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사 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내는 등 다각적인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KB국민은행은 VIP리스트를 관리하며 윤종규 회장 종손녀 등을 특혜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며 "윤 회장은 채용비리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고,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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