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관계를 이용한 성범죄가 문화·예술계와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 10명 중 8명은 직장상사로 조사됐다.

한국노총이 6일 110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조합원 7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내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115명이 직장내 성희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직접 경험자는 여성(88.7%)이 남성(11.3%)보다 월등히 많았다. 직접 성희롱을 겪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을 안다”고 답한 비율은 12.7%였다. 실태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했다.

직장내 성희롱 가해자는 직장상사가 167명(81.8%)이나 됐다. 직장동료(25.7%)와 고객(10.2%)이 뒤를 이었다. 직장내 성희롱은 회식자리(77.2%)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경우도 43.7%나 됐다. 성희롱 유형은 성적 발언과 농담이 161명(78.2%)으로 집계됐고, 불쾌한 신체접촉을 경험한 비율은 131명(64%)이었다. 응답자의 36.4%는 “회식자리에서 술 따르기를 강요받았다”고 답했으며, ‘여자가’ 또는 ‘남자가’ 같은 “고정된 성역할을 강요받았다”는 비율은 32.5%로 확인됐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평가나 비유도 64명(31.1%)이 경험했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직장내 성희롱이라는 점에서 피해자 10명 중 7명은 “그냥 참는다”고 답했다. 당사자에게 항의나 사과를 요구한 피해자는 31명(15%)에 불과했다. 직장내 성희롱 문제에 대한 노조 대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응답은 29.7%에 그쳤다.

김순희 한국노총 여성본부장은 “유독 남성에 의한 직장내 성희롱이 많다”며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권력관계에 의한 폭력 문제인 만큼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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