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46%를 사용자 격인 교육청 공무원으로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심의위원 중 비정규 노동자들이 추천한 인사는 12%에 그쳤다. 전환 심의위는 학교비정규직 10명 중 1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전환 심의위가 태생적으로 한계를 가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표 참조>

전환 의지 없는 교육청, 심의위는 요식행위

6일 <매일노동뉴스>가 확인한 전환 심의위원 구성 현황에 따르면 17개 시·도 교육청 심의위에는 163명이 참여했다. 교육청 실·국장 등이 75명, 전문가가 44명, 이해관계인(정규직·학부모)이 25명, 비정규직 추천인이 19명 들어갔다. 당사자인 학교비정규직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12%에 그친 것이다. 서울과 경기·전북은 그나마 비정규직 추천인사가 단 한 명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비용절감 같은 이유로 학교 현장에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늘린 책임이 있는 교육청 관료가 정부가 바뀌자 정규직 전환을 주도한 것이다.

비정규직 추천으로 심의위에 참여한 위원들 증언도 다르지 않았다. “심의위는 요식행위였다”며 “정부 가이드라인 취지와 무관하게 전환 심의위가 진행됐다”고 입을 모았다. 충북도교육청과 대전시교육청 심의위에 참여한 하태현 공인노무사(호죽노동인권센터)는 “교육청 인사들은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외부 위원들에게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면 좋은 점을 반복적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인천시교육청 전환 심의위원이던 이윤희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인천지부장은 “교육청에서 준비한 자료를 가져오더니 해당 직종이 전환 제외인 이유를 설명했다”며 “위원들에게 이의가 없는지 묻고 바로 다른 직종 심의로 넘어가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표결이라도 하면 교육청 의견이 반드시 관철됐다고 덧붙였다. 교육청이 해당 직종을 전환하거나 전환하지 않기로 마음먹으면 바꿀 수 없는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인천시교육청의 정규직 전환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0.5%에 그쳤다. 4천525명 가운데 21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비정규직 노조 추천위원은 이해관계자인 정규직 교원단체와 학부모를 합한 16%보다 적은 인원으로 사실상 비정규직 당사자가 배제됐다”며 “심의위원 중 교육청 관료가 절반을 차지하고 전문가들도 상당수가 교육청 추전임을 감안하면 심의위는 사실상 교육청 의도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 실패?

교육공무직본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이대로 끝낸다면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은 명백한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며 “노정-노사 직접교섭으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배동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전환 심의위의 참담한 결과는 불공정한 구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심의위가 가이드라인 원칙을 위반한 결정을 하고 지역별로 알 수 없는 기준으로 각기 다른 결과를 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를 전환대상으로 명시했지만 초단시간 직종인 방과후전담사·통학차량·배식·청소·치료사 등은 지역별로 전환 여부가 제각각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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