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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이번엔 제대로 바꾸자 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부족하다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정부가 지난달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로 28년 만에 이뤄지는 전부개정이다.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확장하고 사업주 책임을 강화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일각에서 전부개정안 내용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하는 이유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들이 보완할 대목을 보내왔다. 네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지난달 9일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1981년 말 제정돼 이듬해 7월1일 시행됐다. 그로부터 근 10년 만인 90년 1월13일 전부개정됐다. 이제 법 제정 40여년, 전부개정 30여년 만에 또다시 큰 폭의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이 제출된 이유는 기존 법률이 변화된 환경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데다, 효과적인 예방을 달성하기에 일부개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기존 법률의 접근법이나 틀을 시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법률 취지를 달성하고자 했을 것이다. 30여년 만의 전부개정이니 그 시간만큼 변화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전부개정안은 그것을 온전히 담아냈을까.

산업안전보건법은 최근 몇 년 사이 다른 노동관련법보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고 꾸준히 개정됐다. 그럼에도 법 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원청’이 위험과 안전 책임을 모든 면에서 더욱 취약한 ‘하청’으로 이전하는 사업 형태가 심화하고 있다. 둘째,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고용관계가 형성되고 있어 현행 법률상 근로자 개념으로 포괄하기에 부족한 군이 확대되고 있다. 셋째, 다양한 형태의 노동재해를 예방하려면 노동자의 주체적 참여가 필요하다. 넷째, 정신건강 침해로 인한 문제가 증대하고 있다. 다섯째, 기업 영업비밀을 이유로 노동자 알권리가 제한되고 있다. 여섯째, ‘재래형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전부개정안에는 위와 같은 필요에 부합하려 노력한 흔적이 분명 있다. 발주자·도급인(원청) 등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책임주체를 확대하고 처벌수준을 상향하며 제재수단을 다양화하고자 했다는 점,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 비공개를 제한하려 했다는 점, 그동안 사회문제가 됐던 고객응대 노동자 보호나 제한적이기는 하나 플랫폼에 기반을 둔 고용관계인과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고자 한 점은 일터 변화를 법률에 반영하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일부개정이 아닌 전부개정, 즉 법률의 전면손질이라고 하기에는 그 철학적 방향과 내용이 빈약하다. 모름지기 30여년 만에 전부개정이라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안전보건이라는 개념을 직업안전보건으로 전환해야 한다(이 법의 영문 명칭은 진작부터 Industrial이 아니라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ct가 아니던가). 근로기준법 ‘근로자’ 개념을 넘어 ‘노동력을 매개로 사업에 관계하는 자 혹은 종사자’를 기본 보호대상으로 설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업이익을 취하는 모든 자를 법의 수규자로 해야 한다. 개정 법안에서 혁신적으로 도입한 ‘일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은 그래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된 전제와 개념이야말로 날로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하청으로의 위험 이전’과 플랫폼 노동, 특수고용형태 노동을 포괄할 수 있다.

한편 신체에 국한한 안전보건 영역을 정신안전보건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 법률은 선언적 규정만 있을 뿐 사실상 정신안전보건에 대한 보호나 예방 의무가 전무하다. 이번 고객 응대업무 노동자 보호조치에서 그나마 언급되고 있으나, 이렇게 국소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이미 상당히 보편화한 일터의 위험요인이다. 더불어 노동자 참여와 거부 권리를 개별·집단에게 부여해야 한다. 보호대상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주체로 설정해 알권리·참여할 권리·거부할 권리를 통일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전부개정안에서 호기롭게 자부하는 작업중지나 화학물질정보 공개 등에서 노동자 권리가 매우 협소하다. 사망재해를 포함한 노동재해를 줄이는 유력한 방안인 작업자의 개별적·집단적 권리를 개정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산업재해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개정이유를 고려한다면, 미흡한 지점이 적지 않기에 전부개정안은 상당 부분 보완돼야 한다.

김재광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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