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재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막무가내 요구사항이 알려져 한미FTA 반대여론이 높아지면 협상장에서 카드로 사용하고, 불이익이 명확하면 협정 폐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TA대책위원회(옛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미FTA 발효 후 국내 변화상황을 점검하고 재협상 국면에서 시민사회가 취해야 할 과제를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협정이 발효된 2012년 3월 이후 한미FTA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재협상을 앞두고 국책 연구기관들이 협정 폐기가 대미 경상수지 흑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협정이 없었으면 자신들의 무역적자가 더 컸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결국 한미FTA가 경상수지 측면에서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협정 체결로 서비스 개방 등 공공 분야 규제를 풀었고, 한미FTA 때문만은 아니지만 사회양극화는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재협상에서 미국에 퍼주는 결과가 나오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협상에서 한미FTA로 입은 손해를 회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유통경영학)는 "협정으로 통상이익을 봤다는 주장과 군사안보가 강화됐다는 주장 두 가지가 모두 틀렸음이 확인되고 있다"며 "재협상에서 한미FTA로 입은 손해 원상복구를 주장하고, 협정을 유지할수록 피해가 커지는 상황임을 자각해 폐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남희섭 지식연구소 공방 소장(변리사)·노주희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회)·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주제준 FTA대응대책위 정책팀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헌법과 국내법을 형해화하는 투자자국가소송(ISD) 제도 개선과 시장개방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축산농가 문제, 농산물 개방으로 닥쳐올 농업 위기 같은 문제를 검토했다.

FTA대응대책위는 한미FTA 독소조항을 알리고 완전 개정·폐기 여론을 확산하는 공동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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