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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경영실사, 산업은행에 맡겨도 괜찮나"산업은행 잘못 발견해도 덮고 넘어갈 수 있어" … 국회 국정조사 요구 잇따를 듯
▲ 한국지엠 사태 해법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지엠은 지원 여부 검토를 위한 원칙으로 주주·채권자·노조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고통분담 당사자인 노조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결정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달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아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군산공장 폐쇄 결정 철회 등을 요구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이 제너럴 모터스(GM)가 요청한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한국지엠 경영부실 원인을 진단하기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경영실사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부실을 방조하거나 눈감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대문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 국정조사가 추진되면서 한국지엠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한국지엠 협의만 계속?

4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지엠은 한국지엠 실사 범위와 방법·기간·목적을 두고 협의 중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배리 엥글 지엠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달 7일 실사에 합의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에 합의하지 못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이동걸 회장은 실사를 통해 Δ원가에 대한 이전가격 Δ고금리 정책 Δ본사 관리비 내용 Δ기술 사용료 Δ인건비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 회생 가능성은 원가구조에 달려 있다"며 "지엠의 비협조로 만족할 만한 (실사)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차후에 협조와 지원은 없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실사가 지엠이 제공한 자료에 의존해 진행될 수밖에 없는 탓에 '협조 의무'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정부와 지엠은 한국지엠 실사를 맡을 외부전문기관으로 삼일회계법인을 지정한 상태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용역계약을 맺고 한국지엠에 대한 주주감사권 행사를 담당했다. 당시 한국지엠은 매출원가 자료 등 회계·재무자료 요청을 대부분 거절해 삼일회계법인은 최종보고서도 작성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실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노동계는 실사 무용론에 초점을 맞춘다. 삼일회계법인은 쌍용자동차 실사 후 인력 구조조정을 제안하는 조사보고서를 2009년 법원에 제출했다. 쌍용차 먹튀 사태의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공인회계사 사관학교로 불리는 삼일회계법인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전직 금융관료들의 주요 재취업 회사 중 하나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삼일회계법인을 비롯한 대형 회계법인이 기업 구조조정 첨병 노릇을 자임한 지는 오래됐다"며 "금융관료와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이들이 실사를 하더라도 산업은행이 원하는 결과를 짜맞추는 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일회계법인이 한국지엠 사태에서 산업은행 이해를 반영하는 실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한국지엠을 실사하는 가장 큰 목적은 매출원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원가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매출액이 낮거나(차를 싸게 팔거나) 원가가 높으면(원재료비·인건비·연구개발비 등) 수치가 높아진다. 2016년 기준 한국지엠 매출원가율은 93.1%다. 현대자동차(81.1%)·기아자동차(80.2%)·르노삼성자동차(80.1%)·쌍용자동차(83.7%)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한국지엠의 높은 매출원가율 주범 중 하나로 연간 6천억원이 넘는 연구개발비가 꼽힌다.

높은 매출원가율 원인, 산업은행은 알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달 28일 '2017년 임단협 교섭'에서 "연구비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지엠은 "2010년 GTO(Global Technical Operation) 협약에 의해 지엠 글로벌 연구개발로 정책이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산업은행과 지엠은 2010년 '지엠대우 장기발전전망 기본합의서'에 합의하면서 비용분담협정(CSA) 내용을 개정했다. 임금·단체교섭에서 한국지엠이 말한 GTO는 2010년 개정한 CSA를 일컫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과 한국지엠 모두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달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종훈 민중당 의원 주최로 열린 '한국지엠사태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2010년 개정된 비용분담협정에 연구개발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 있고, 한국지엠의 과도한 연구개발비 지출 내용을 산업은행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이 합의해 준 CSA 내지 GTO에 따라 지엠이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삼일회계법인을 앞세운 실사에서 이 같은 자신들의 치부는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지엠 경영악화 원인 중 산업은행 관리·감독 부실 문제가 발견돼도 실사 과정에서 묻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실사 무용론은 정치권에서도 확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한국지엠 사태 국정조사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같은달 28일 "한국지엠 국정조사를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때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불합리하고 몹쓸 경영을 눈감아 준 노조 문제점도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은 한국지엠 공장이 있는 전북 군산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다.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한국지엠 사태를 올바로 푸는 순서"라며 "노동계도 국정조사를 요구할지 말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정남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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