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달 2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노동시간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고용노동부의 괴이한 행정해석으로 5일이던 1주일이 이제야 7일로 제자리를 잡았다. 연장근로는 휴일근로를 포함해 1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시행시기를 기업규모마다 달리하면서 온전한 주 40시간제는 2021년 7월 이후로 미뤄졌다. 30인 미만 기업에서는 노사가 합의하면 2022년 말까지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다. 개정안을 두고 환호와 탄식이 오간다. 노사의 평가를 들었다.

소규모·무노조·저임금 노동자 장시간 노동 방치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신승민 금속노조 수석부위원장

“저녁이 있는 삶으로의 첫발”. 모 언론사가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을 전하면서 붙인 제목이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말 그대로 일에 치여 사는 한국인의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저녁이건 아침이건 그것이 삶의 기쁨으로 다가오려면 무엇보다 삶 자체가 굳건해야 한다. 노동운동이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외쳐온 것이 기억에만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일도 안 하면서 돈은 챙기겠다는 이기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줄어든 노동시간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생활수준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와 자본은 항상 이 문제를 ‘돈이냐, 휴식이냐’는 선택의 문제로 분리했다. 민주사회에서 강제노동이 비상식이라면 사실상의 강제휴직도 용인될 수 없다.

항상 그러하듯이 고용규모별로 적용시기를 차등한 것도 문제다.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적용을 2021년 7월까지 늦출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이번에도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노동자를 계층화해 노동의 균열을 꾀하는 정치권의 시각이야말로 구시대적 적폐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해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하는 장치들을 남겨 뒀다. 최저임금 미만선의 고용 중 83% 이상이 30미만 사업장이라는 통계를 보면, 이들 저임금·장시간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 여길지 정부와 국회 모두 고민해야 한다. ‘노사합의’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항변하지만 이들 사업장에 대부분 노동조합이 없다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금속노조가 주장한 최저임금의 대폭인상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이 절실한 이유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드디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뫼비우스 띠가 끊어졌다. 근로시간 세계 최장국이라는 오명을 이제는 벗을 수 있다. 장시간 노동의 주범이던 근로기준법 59조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로 대폭 줄었다. 법 개정으로 특례업종 노동자 453만명 가운데 341만명이 노동시간단축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5개 업종이 특례에 남았다는 점이다. 빠른 시간 내에 특례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이번에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선버스는 일당식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토대로 연명해 왔다. 하지만 버스노동자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쉼’과 ‘가족이 있는 삶’을 위해 노동시간단축을 선택했다.

남은 과제가 많다. 일단 7월1일부터 특례에서 제외됨에 따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인력충원이 필요하다. 노선버스는 노동시간이 줄었다고 버스운행을 줄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정 수준의 임금저하도 예견된다.

이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선개편·배차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운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지원 규모와 기간을 확대하는 정책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대중교통인 버스운수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안전한 운행을 위해 버스준공영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에서 10만 버스노동자들이 지켜볼 것이다.

연맹은 이번 계기를 선진국형 교통시스템으로 버스운수업을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다. 이제 노동이 존중받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 밝아 온다.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 말자.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기법 적용해야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한국노총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는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지만 지난해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단 합의안보다 진전된 내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휴일노동에 대해 중복가산수당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지만 관공서 공휴일을 일반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고 특례업종을 대폭 줄인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이번 근기법 개정안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계도 있고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에 대해 연장·휴일노동수당을 합산해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게다가 이 문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라 입법부의 월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6개 특례업종을 5개로 줄인 것 역시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5개 업종이 왜 존치돼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노선버스가 제외되기는 했지만 특례업종으로 남는 운송업과 보건업은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 생명과 밀접한 업종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들 업종도 특례업종에서 당연히 제외돼야 한다. 근기법과 관공서 공휴일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하지 않은 것은 노동시장 내 차별과 양극화를 심화하는 내용이므로 개선해야 한다. 특히나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편의점이나 식당·커피숍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저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면서도 연장·야간·휴일노동에 대한 법정수당을 보장받지 못한다. 근기법 63조 노동시간 적용제외 조항도 폐지돼야 마땅하다. 또한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사업장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이 줄어들 수 있으므로 소득보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실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국회와 정부에 촉구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다.
 

대법원 판결 무력화 위한 졸속 근기법 개정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국회가 근로기준법을 노동계와 최소한의 협의와 소통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배경은 4월께 예상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문이다.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은 현행 근기법에 의하면 1주일은 7일이고, 주 52시간이 노동시간 상한이라는 것과 이에 따라 휴일근무시 연장근로와 휴일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수당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1주 5일, 주 68시간 상한이라는 행정해석이 불법임을 확인해 주는 내용이다. 유일하게 우려되는 점은 이른바 통상임금 소송에서 나왔던 신의칙 적용과 사용자에 대한 벌칙면제 정도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근기법 개정안의 핵심인 1주 7일, 주 52시간 상한규정은 예상되는 대법 판결을 그대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국회는 오히려 시행시기를 늦추고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 60시간을 인정하는 예외를 둠으로써 결국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미리 선수를 쳐서 개악한 것이다. 이와 함께 중복할증을 폐지하는 안을 즉각 시행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현찰로 빼앗아 갔다. 이렇게 빼앗아 갈 수만 없으니 이에 대한 보상으로 관공서 공휴일 민간 전면도입을 최장 4년 후 시행이라는 어음으로, 특례업종은 21개 업종을 없애되 5개 업종은 남겨 놓는 것으로 졸속처리한 것이다. 국회가 견제 없는 입법권을 행사해 정부의 불법 행정해석에 면죄부를 주고,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해 입법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를 주도한 정부여당과 여당 환경노동위원장의 독단과 독선, 노동계 무시와 ‘민주노총 패싱’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전면적용과 30인 미만 노동시간 적용예외 삭제, 특례업종 전면폐기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불확실성 해소했지만 공휴일 유급화·특례업종 축소는 우려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지난달 28일 근로시간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로가 기업규모에 따라 시행될 예정이다. 국회의 법 개정으로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개정법에 휴일근로 중복할증 불인정과 30인 미만 특별연장근로 허용이 포함된 것은 산업현장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유급 주휴일에 더해 공휴일까지 유급화돼 영세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이미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을 통해 유급휴일로 하고 있는 반면 영세기업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휴일 유급화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기업이 이중고에 처했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번 법 개정으로 휴게시간·근로시간 특례업종이 기존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됐다. 특례업종의 상당수는 ‘공중의 편의’를 위한 서비스산업이다. 일부 업종의 운영 실태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특례업종을 축소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미 법이 통과된 이상 불필요한 갈등은 최소화해야 한다. 근로시간단축은 노사 모두의 양보와 노력이 이뤄질 때 산업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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