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새벽 처리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어렵게 형성된 사회적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제안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방침을 유지할지 말지를 논의한다. 한국노총도 국회 결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련은 한국노총에 사회적 대화 재고를 요구했다.

◇노동계 "절차·내용에 심각한 하자"=민주노총은 27일 오후 임원회의를 열어 환노위가 통과시킨 근기법 개정안과 관련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여야는 2021년 7월부터 5인 이상 사업장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주당 8시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다. 휴일·연장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반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공휴일을 민간기업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한다. 연장근로 한도가 없는 특례업종은 26곳에서 5곳으로 줄였다.

민주노총 임원들은 법안 처리 현장을 지키다 환노위 전체회의 통과 직후 반대의사를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폐지한 개악”이라며 “특례업종을 5개 남겨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영원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30인 미만의 경우 여야 간사 잠정합의안에도 없던 것을 넣어 특별연장근로를 하게 하고 부칙으로 탄력적 근로까지 하도록 했는데, 가장 힘든 노동자들을 고통에 빠뜨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법안 판례가 계속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데도 중복할증에 대해 국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사용자측에는 사전협의가 있었다고 하는데 노동자에게는 사전협의 절차가 없어 유감스럽고 중요한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대 노총 어떻게 대응할까=재계도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행 유급 주휴일도 전 세계에서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규정하면 영세기업 부담이 커진다”며 “근로시간단축 연착륙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산업안전과 특별한 비상상황에 불가피한 연장근로가 필요한 경우에 예외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노위의 근기법 개정안 처리가 사회적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주노총은 "홍영표 환노위원장의 독선과 독단 등 노동계를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가 집권여당이 노동계를 국정운영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준 것으로 규정한다"며 "이 점에 대해 집권여당의 명확한 입장과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이후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8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유지할지 여부는 단독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근기법 개악시 재검토 방침을 정한 바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토론 과정에 탈퇴·유지 여부를 포함시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유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 연결시킬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환노위 여야 합의안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속노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렵게 성사된 노사정 대화의 초입에서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되는 신뢰훼손 행위가 자행된 것”이라며 “근기법 개악안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국회가 이를 거부할 경우 한국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등 노정대화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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