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왼쪽 두번째)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가 27일 오전 국회 환노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단축 법안 통과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하루 8시간에 1주 40시간. 노동자들에게 허용된 노동시간이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합의하면 일주일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주 40시간제는 2004년 7월에 처음 시행됐다. 한데 노동자들은 주 68시간까지 일한다. 연장근로 12시간 포함 52시간에다,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을 더한 수치다. 일주일은 평일 5일이라고 본 고용노동부의 잘못된 행정해석 탓이다.

27일 새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온전한 주 52시간 노동이 제도 도입 14년 만에 시행된다.<표 참조>

30인 미만 2021년 7월부터 1년6개월간 특별연장근로 허용
휴일근로수당 150%, 대법원 판결에 영향 미치나


근기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 52시간 노동은 올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시행된다. 2020년 1월 50~299인 사업장, 2021년 7월 5~49인 사업장까지 확대된다.

중소·영세 사업장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노사합의를 전제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3년 1월에야 주 52시간 노동이 적용되는 것이다. 여야는 재계가 요구한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2022년 12월 말까지 논의한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은 적용하지 않는다.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의 200%를 지급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4월께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지급 여부에 관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급심 판결은 대부분 중복할증을 인정했다. 여야 합의가 대법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대법원이 중복할증을 인정하면 소송을 건 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수당차액을 받을 수 있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이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이고 그게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공휴일은 유급휴일, 2020년부터 규모별로 단계적 도입
특례업종 대폭 축소, 완전폐지 계기 되나


환노위는 근기법 개정안에서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상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했다. 단체협약에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지 않은 민간기업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게 된다. 1년에 15일 정도 유급휴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1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해 2022년 1월까지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가 가능한 휴게시간·근로시간 특례업종을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줄이기로 한 부분은 눈에 띈다. 지난해 7월 여야가 잠정합의한 10개에서 5개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육상운송 및 파이프라인 운송업(노선버스 제외)과 수상운송업·항공운수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업은 특례업종으로 유지된다. 이들 업종 사용자는 업무가 끝난 뒤 노동자들에게 11시간 이상 연속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된다.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21개 업종 중 300인 이상 사업장은 같은 규모의 다른 사업장보다 1년 늦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노동을 적용받는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장기적으로 특례업종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기법 개정안에는 만 15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노동자의 일주일 노동시간 한도를 주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사자 합의로 연장할 수 있는 노동시간은 6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노동계·재계 엇갈리는 평가
노사정대표자회의 향방 주목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 내용을 요약하면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과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 30인 미만 특별연장근로 허용과 특례업종 추가 축소를 맞바꿨다고 볼 수 있다.

노동계는 중복할증을 적용하지 않는 것에 큰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관공서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과 특례업종 축소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중복가산수당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압도적인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합의안”이라면서도 “공휴일 휴식권 보장과 특례업종 축소는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근기법과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면 노사정대표자회의 참가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민주노총의 행보가 관심을 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집권여당이 노동계를 국정운영 파트너가 아닌 도구로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이 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과 책임 있는 조치가 없다면 노정관계는 물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재계는 연장·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을 하지 않는 것은 환영했지만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과 특례업종 축소에 대해서는 중소·영세 기업 부담을 우려했다.

한편 환노위를 통과한 근기법 개정안은 28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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