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군 변호사(법무법인 민국)

25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은 개최 전부터 여러 논란 속에 최악의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로 논란이 있던 단일팀 결성이 무사히 이뤄졌고, 각국 대표들이 참석한 평화 분위기 속에 평화올림픽으로 마치게 됐다. 우리 선수들 또한 그동안 메달 종목이 아니어서 주목받지 못하던 다양한 종목에서 좋은 성과와 함께 여러 기분 좋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 특히 체육계의 쌓인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도 있었다.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땅콩회항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은 일반승무원으로 강등돼 초임 업무를 하며 고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데 반해 가해자 조현아씨는 아버지 조양호 전 평창조직위원회장과 성화봉송에 해맑게 참여했다.

박태환 선수에게 줘야 할 포상금을 동의 없이 유망주육성 명목으로 사용한 후 박 선수에게 "수영선수이기 이전에 먼저 사람이 돼라"고 충고했던 수영연맹 회장 이기흥씨는 대한체육회장으로 영전해 이번에는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게 갑질을 하다 "머리를 쓰라"고 충고했다.

빙상연맹의 고의에 가까운 부주의로 출전이 어려워 보였던 노선영 선수는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을 폭로한 대가로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김보름·박지우 선수에게 버림받았다. 이들은 자기편 선수를 추월해 들어간 후 "작전"이라고 변명하며 뒤처진 선수를 탓하는 인터뷰를 해서 분노를 샀다. 백철기 총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원한 작전"이었다며 거짓말까지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단순히 선수들 간의 왕따 차원의 일이 아닌 조직적 차원의 일이었음을 명백히 했다.

이렇게 폐쇄된 조직의 내부 부정과 갑질은 체육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문화계의 ‘미투’는 그 폭로 내용이 차마 읽고 있기 힘들 정도의 것들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얼마나 개인들이 권력과 조직에 무력하게 피해를 보고 있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직장갑질119를 통해 이슈화된 노동현장에서 갑질은 그나마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적용이라도 받는다. 그러나 체육계·문화계 같은 분야는 관련자들이 대부분 몇 십 년 동고동락하는 사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스승과 제자 관계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함께 싸워 줄 노조를, 같은 편을 만들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나마 불법과 부정을 폭로하는 용기 있는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 신설됐다. 최근에는 피신고자 등에 대한 사실확인 기능을 보완하고 공익신고자에 대한 필요적 책임감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개정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한 법령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공익침해행위를 규정해 공익신고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신고자 인적사항을 반드시 기입해야 하고, 신고처가 제한돼 있는 등 공익제보자 보호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미비점들이 존재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공익제보자 보호법 신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작은 권력들이 개인을 무력하게 만드는 갑질 행위들은 문화체육계뿐 아니라 도처에 존재한다. 이러한 갑질 행위들을 있을 수 있는 ‘관행’이 아니라 있어선 안 될 ‘범죄’로 인식하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 ‘미투’ 운동 같은 소중한 제보들을 살리는, 움트는 작은 용기를 보호하는 제도적 노력이 함께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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