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한국지엠 노동자들은 이번 지원을 장기적 대안을 위한 시간벌기 정도로 생각해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의 주장이다. 지엠이 그동안 보인 행태를 감안하면 몇 년 안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사태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소가 지난 23일 펴낸 이슈페이퍼(철수론 이후 한국지엠의 대안)에 담긴 내용이다.

한 연구원은 지엠이 해 왔던 해외자본 철수 사례를 소개하며 “유럽 오펠 구조조정과 매각 과정이 한국지엠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공장 폐쇄(군산공장)를 예고하고, 물량계획(20만~30만대 신차 투입)과 연계해 정부 지원을 요청한 것이 2009~2010년 오펠 사례와 꼭 닮았다는 것이다. 당시 지엠은 유럽 정부에 벨기에 공장 폐쇄를 예고하면서도 110억유로 투자계획을 언급했다. 그러나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펠은 지난해 푸조시트로앵에 매각됐다.

한 연구원은 “현 상태가 이어지면 한국지엠 매각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매각이 좋은 카드는 아니다. 한국지엠이 자체 보유한 지적재산권과 상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 기업들이 인수를 추진할 경우 물리적 설비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고 이 같은 문제는 산업은행이 나서더라도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정부는 현재 지엠의 장기경영계획 제출과 물량확대 등을 조건으로 자금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5천억~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정부 요구가 반영되더라도 한국지엠은 몇 년 더 운영이 가능할 뿐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지엠이 그다지 신뢰할 만한 협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엠은 2013년 한국지엠에 8조원 투자를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않았다. 지엠 철수를 염두에 두고 한국지엠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게 그의 제안이다.

한 연구원은 "지엠을 통한 수출을 기대할 수 없는 이상 고용 친화적인 구조개혁으로 90만대 생산능력을 조정하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전기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형 자동차 개발이 필요한데, 정부 지원기간에 지엠 본사 지원을 이끌어 내고, 한국지엠 내부에 지적재산권이 남을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짧은 기간 노조·정부·시민사회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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