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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제너럴 모터스(GM)가 지난 13일 한국지엠 군산공장 철수를 예고했다. 한국지엠은 지엠 금융계열사에서 27억달러(2조9천억원)를 빚졌다. 이 중 1조7천억원을 올해 갚아야 한다. 지엠은 지난해 적자까지 더해 경영위기 상태여서 가동률이 낮은 군산공장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신 지엠은 차입금을 출자전환할 테니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지분(17.02%)만큼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돈이다. 노동자들과 국민은 지엠의 ‘먹튀’ 행각을 비난하고 있다. 완성차 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크다. 직접고용한 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까지 합하면 30만명이 고용을 위협받게 된다. 고용을 볼모로 지엠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지엠 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매각·국유화로 미래차 중심 기업 만들자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정부의 일방적인 퍼 주기는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다. 글로벌지엠이 보기에 지금의 한국지엠은 경쟁력이 없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소형차 생산은 상하이지엠이 담당하면서 한국지엠의 역할이 축소됐다. 다른 차종도 비슷한 처지다. 이제 한국지엠이 가치가 없어서 떠나겠다는 것이고, 잡아 두려면 한국 정부가 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언제까지 세금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제 지엠과 어떻게 아름다운 결별을 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5년 뒤, 혹은 10년 뒤 떠난다면 그 사이 어떻게 대비하고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 중기계획이 필요하다.

한국지엠 소유·지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이다. 다른 기업에 인수를 시키던지, 혹은 국민기업을 만드는 방식 등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지엠이 가진 산업기반과 일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전기차 등 미래차 육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면 세금지원 명분도 있다. 그래서 산업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마스터플랜이 나와야 한다. 미래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재 한국지엠 고용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다면, 그 위기의 강을 어떻게 건널지 고통분담 계획도 있어야 한다.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해도 곧바로 가솔린 차량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장가동은 가능하다. 공장을 얼마나 더 가동할지, 그사이 무엇을 준비할지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완성차 노동계 교훈 삼아야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

한국지엠 사태에 대한 해법은 찾기가 매우 어렵다. 군산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바꾸자는 대안이 일각에서 제시되지만 쉽지 않다. 군산공장 생산시설은 일반 자동차를 생산하기에는 좋지만, 전기차를 생산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군산공장을 국내 기업이 인수할 가능성도 매우 적다. 창원공장은 전기 경상용차 생산에 유리할 수 있다. 부평공장은 투자대비 생산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그런데 글로벌지엠은 지난해 말 TaaS(Autonomous Vehicle Transport as a Service) 3.0을 선언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을 줄이고 공유플랫폼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생산은 마힌드라에 전부 위탁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한국지엠이 전기차 위주로 생산방향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물량이 배정될지는 의문이다.

대량생산이 필요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이 곧 활성화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지엠 사태를 완성차업계 노조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미 국내 내연기관 생산시설은 포화상태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곧 한국지엠과 같은 상황이 오게 된다.

최근 폭스바겐과 BMW노조는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친환경차 생산에 적극 협력하기로 회사와 합의하고 2025년까지 고용을 보장받기로 했다. 회사와 정부가 해 줄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노조들이 적극 나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공동결정제도 도입했다면 사전예방 가능했을 것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

어려운 문제가 틀림없다. 다만 가장 많이 알려진 해외사례 중에서 돌아볼 게 있다. 1990년 독일 폭스바겐의 경우 3만명 해고 위기 속에서 임금보전 없는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 당시 노동시간을 20% 줄이고 임금을 16% 깎았다. 그러면서 일자리를 나눠 3만명이 해고되지 않았다.

이게 나중에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이후 회사에 물량이 늘어나서 다시 원대복귀할 때 신규채용을 하지 않아도 됐다. 실제 해고시 발생하는 해고비용이 들지 않았고 숙련인력을 유지했기에 그 인력을 그대로 활용했다. 물량이나 경영위기시 해고보다는 노동시간 유연화를 통한 고용안정 추진이 노사가 중장기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경우는 아직 노사정 대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는 사례다.

그런데 이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한국지엠 문제가 터지기 전 노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제도가 바로 공동결정제도다. 사용자는 이를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사가 사전에 경영문제를 파악하고 미래지향적 논의를 하는 제도다. 이것이 제도화돼 있어야 사전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공동결정제도가 제도화된다면 노조도 회사의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사전예방을 못하고 사후처리를 하려니 늦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한국지엠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한편 이를 바탕으로 군산공장의 경우는 당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평·창원공장으로의 전환배치를 추진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차·미래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조 참여 경영실사가 최우선
유상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교육선전실장

유상협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 교육선전실장

누누이 강조해 온 것인데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80% 이상 수출로 먹고산다. 96년 설립할 때부터 그랬다.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수출이 주력이었다. 그런데 쉐보레가 철수하고 호주·아프리카·북미 철수가 이어지면서 5년 동안 물량이 계속 곤두박질쳤다. 최근 5년간 임금·단체협약을 하면 임금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물량과 미래형 신차를 달라고 계속 외쳤는데 회사는 대안이 없으니까 수수방관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제대로 된 감시를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물량이 주니 수익이 날 수 없다. 한국지엠은 글로벌지엠의 정책에 의해서 군산공장의 주력 수출시장을 차례로 없앤 것이라고 했다. 경영정책의 변화에 따라서 이뤄지는 군산공장의 문제를 노동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다.

현재 필요한 것은 정확한 경영실사다. 그래야 지원을 하든 매각을 하든 대책이 나올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매각을 한다고 해도 누가 공장을 사겠는가. 불투명한 경영을 하는 회사 아닌가. 어디로 돈이 빠져나가는지조차 불분명하다. 그런 불투명한 것들이 명확해져야 하고 노조가 참여한 가운데 실사가 진행돼야 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야 대책이 나온다. 동시에 군산공장의 사태를 불러온 회사 경영진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경영부실에 원인을 제공한 임원들은 책임을 지고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으면 퇴진운동을 할 것이다. 군산공장에서는 원·하청 노동자 1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인구수 27만명의 소도시에서 노동자들에게 딸린 식구까지 생각하면 매우 많은 숫자다. 하루빨리 노조가 참여하는 경영실사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엠에 사태 책임 묻는 것이 먼저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먹튀 행각이 계속됐다. 국내법은 지키지 않은 채 회사자금을 마음대로 운용하고 기술료와 연구비라는 명분으로 국부를 해외로 빼 갔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지 못했다. 국내법을 지키라고도 말하지 못했다. 한국지엠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한국지엠 사태는 지엠 본사가 초래했다. 과도한 연구개발비를 분담시켰지만 생산물량은 배정하지 않았다. 당연히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와 검찰은 지엠이 빼 간 자금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한국지엠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입이 없다. 이렇다 보니 금융위원회도 재무상황이나 경영정보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 주주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산업은행 역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조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공시되는 재무제표 외에 어떤 경영자료조차 보지 못했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정보제공을 거부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의 한국지엠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방관·방임하며 국부유출을 지켜봤다. 지금 이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조사 없이 명확한 해법도 마련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한국지엠의 경영정보와 재무상황을 파악하고 이 사태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 지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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