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내정자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22일 동아일보에 '보수개혁,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 데서부터'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김병준 교수는 칼럼에서 한국 보수를 향해 그동안 보수는 “인권이 중요하다 하면 같이 그 대안을 찾아야 할 일을, ‘북한 인권은 어떡하고’ 되묻기부터 했다. 그 순간 보수는 ‘꼴통’이 됐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는 ‘왜 험한 일은 하지 않느냐’ 야단만 쳤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말이다. 그 순간 보수는 ‘꼰대’가 됐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보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변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함께 옳은 것을 옳다고 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주문하면서 칼럼을 맺었다. 보수가 듣기엔 불편한 말이다.

같은날 동아일보 5면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서 김정은 비판 뺐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김 교수와 사뭇 다른 방식으로 보수를 자극했다. 물론 동아일보 보도가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옮긴 것에 불과하지만 김 교수가 칼럼에서 인용한 ‘꼴통’과 ‘꼰대’들의 어투를 너무도 닮았다.

동아일보는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 비판을 자제하라는 결정은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내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종종 하는 얘기인데, 언론기사가 ‘알려졌다’로 끝나면 십중팔구 팩트가 아닌 추측이다. 그래서 팩트를 중요시하는 사회부 사건기자가 ‘알려졌다’는 서술어를 사용하면 선배들이 엄히 나무랐다. 사실 언론의 ‘알려졌다’는 정확히 해석하면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도가 된다.

동아일보의 그 다음 문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실험 도발을 이어 갔는데도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김정은 비판을 자제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북한을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이런 문장도 언론보도에선 삼가야 한다. 왜? ‘주어’가 빠진 문장이라서다. 이 문장엔 "지나치게 북한을 신경 쓴 것 아니냐"고 지적한 사람이 없다. 누가 그렇게 지적했는지 밝혀야 한다. 대체로 ‘주어’ 없는 기사문장의 진짜 주어는 기자 자신이다. 그럼, 이 기사는 보도기사라기보다는 오피니언면에 어울리는 기자칼럼이 제격이다.

동아일보는 김학용 의원의 말을 직접 인용해 “대북 심리전의 최후 보루인 대북 확성기 방송에조차 김정은에 대한 비판이 빠진 것은 확성기 방송 중단을 위한 선제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이러니 자유한국당을 보고 젊은이들이 한심하다고 한다. 2018년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대북 심리전의 ‘최후 보루’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사람의 말을 국회의원이라고 받아 적는 동아일보야말로 김병준 교수가 말하는 꼰대 아닐까. 우리 젊은이들은 3대가 세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북한을 코미디 국가로 보고 있다.

김병준 교수가 한국 보수를 향해 “진보의 흉이나 보고 그 실패를 기다리는 것은 반역사적”이라고 했는데, 동아일보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데, 그 사람들이 보수이긴 한가?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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