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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조직률이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실패한다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촛불시민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개월여가 지났다. 지금도 여전한 고공 지지율에서 확인되듯이 꽤 역할을 잘했다. 우선 역대 최대 인상액을 달성한 최저임금 16.4% 인상이 가장 눈에 띈다. 대통령이 직접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며 진전된 정규직화도 여러 문제점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

민간부문에서도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판정과 시정지시 등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두드러졌다. 여러 가지로 달라진 정치적 조건이 뒷받침되면서 민주노총의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결정이 이뤄질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3대 노동정책 공약이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감축과 처우개선,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었던 만큼 한동안 퇴행을 거듭하던 중앙정부가 커다란 궤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항로 변경을 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노동적폐로 불리는 만만찮은 난관과 걸림돌이 도처에 켜켜이 쌓여 있고, 노사·노정 대립과 갈등이 여전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결정적인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긴 했지만 한국 사회 전반의 낡은 관행과 기득권이 채워 놓은 족쇄를 해체하지 않고선 앞으로 전진하기 힘들다. 이제야말로 일희일비를 넘어 멀리 내다보면서 보다 세밀하고 효과적인 혁신 로드맵을 설계하고 이행해 가야 할 때다.

정부가 기득권층에 맞서 좀 더 단호하고 대담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정상화하는 건 혁명적인 과제다. 묵은 노동적폐 중의 적폐인 비정규직 문제는 이해당사자가 복잡다단하고 중첩돼 있어 문제해결이 더욱 어렵다. 게다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노동시간을 둘러싼 노사·노정 간 민감한 쟁점들도 동시에 잘 풀어 가야 한다. 교섭력과 조직력을 갖춘 비정규직·여성·청년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노조 조직률 제고가 관건이다. 자본주의의 양대 계급 간 역관계가 지금처럼 기울어져선 문재인 정부의 노동공약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 해소와 통합을 위한 어떤 정책과 처방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자칫 불모의 흥분만 가중시키면서 노사 간, 노노 간, 노정 간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헌법기본권인 노동 3권을 빼앗긴 비정규직·여성·청년들이 노조할 권리를 당연하게 누려야 한다.

계급·계층 간 이해가 격돌하는 노동문제가 이벤트성 의제로 다뤄져선 곤란하다. 최소한 인간다운 얼굴을 한 자본주의 사회가 가능하려면 계급타협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승자독식과 약육강식의 비정한 정글에서 공생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목소리에 기초한 조직적 힘이 얼마나 형성되느냐가 중요하다. 2% 내외에 불과한 비정규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과 1%에도 못 미치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노동존중 사회 건설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성패를 가름할 핵심 지표는 바로 노조 조직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 가장 먼저 설치한 일자리위원회 상황판처럼 노조 조직률 제고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노동조합 바깥에 내몰려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과 여성노동자들, 청년노동자들이 노조를 꺼리거나 금기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조 가입시 불이익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노동 3권이 헌법과 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임을 자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 3권은 보장되고 보호돼야 할 헌법상 기본권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 대통령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조가입 공익캠페인부터 해야 한다. 헌법 수호를 선언한 대통령으로서 마땅한 공적의무다.

노동존중 사회는 헌법기본권인 노동 3권이 현실에서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불법인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가 200만명이 넘는 현실은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들이 대부분 노동조합 바깥에 있는 미조직 노동자들인 조건에서는 아무리 최저임금을 올려도 허사가 되기 십상이다. 일터 특성과 조건에 맞게 임금을 교섭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적 기구인 노동조합이 없다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불법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서도 비정규직 당사자가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돼 있느냐가 얼마나 중요한 요건인지 드러난 바 있다. 정규직 노조의 반발에서 비롯된 노노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교섭력을 가진 비정규직 노조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였다.

노동조합은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마지막 보호대이자 파수꾼이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성패를 좌우할 관건이기도 하다. 단언하건대 노조 조직률은 한국 사회가 노동존중 사회인지 인증받는 핵심 지표다. 지금 당장 노동 3권, 지금 당장 노조할 권리,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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