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밟은 구조조정 방식이 부평과 창원공장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아웃소싱 업무를 인소싱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방식이다. 집단해고를 했던 군산공장이 결국 폐쇄 통보를 받은 것처럼 폐쇄 도미노가 부평·창원공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산공장 폐쇄 예고를 계기로 정부뿐만 아니라 원·하청 노동자가 총고용 보장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부평·창원공장에도 구조조정 신호탄?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올해 초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 130여명을 해고했다. 회사는 사내협력업체에 맡겼던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는 인소싱 방식을 활용했다. 비정규직이 하는 업무를 정규직에게 맡기면서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했다.

인소싱은 한국지엠이 2015년 군산공장에 적용한 방식이다. 한국지엠은 같은해 두 차례 인소싱으로 1천여명의 비정규직을 공장 밖으로 내몰았다. 대규모 사내하청 노동자 해고는 사실상 정규직 노동자 용인 속에 진행됐다.

노동계 관계자는 “한국지엠과 당시 정규직노조가 교대제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를 신호탄으로 인소싱과 비정규직 대량해고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주간연속 2교대제로 운영됐다. 정규직노조는 그해 2월 오후 출근조를 없애는 1교대제를 받아들였다. 정규직 인력이 인소싱에 투입됐고, 비정규직 집단해고로 이어졌다. 한국지엠은 3년이 지난 최근 군산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2천여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사직원을 받고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폐쇄선언에 앞서 군산공장에서 일어난 사건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짐에 따라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댄 암만 지엠 사장은 최근 로이터 인터뷰에서 “군산공장 외 나머지 공장 미래도 정부·노조와의 협상 결과를 보면서 몇 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부평공장 엔진공정 가동률이 50%를 밑돌아 창원공장과 부평공장도 군산공장과 마찬가지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현장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한국지엠은 2009년에도 부평공장에서 인소싱을 했기 때문에 인소싱 뒤 공장폐쇄라는 공식이 100%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인소싱이 공장폐쇄나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원·하청 총고용 보장 손잡자"

군산공장 사태를 반추해 인소싱에 대한 정규직노조의 적극적인 대응과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형태 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사무장은 “2015년 인소싱 당시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과 손잡고, 정부가 불법파견을 비롯해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지엠의 각종 비위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군산공장 폐쇄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원·하청이 힘을 합쳐 총고용 보장투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12월 한국지엠 창원공장 특별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이 아니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지엠에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법도 이달 13일 한국지엠 부평·군산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했다. 법원의 반복적인 불법파견 판결에도 한국지엠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마다하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앞세우는 것이 자본의 주된 구조조정 방식”이라며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원·하청 노동자의 상시적인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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