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금천수요양병원(옛 고려수요양병원)이 식대와 고정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서 작성을 직원들에게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20일 보건의료노조 고려수요양병원지부(지부장 임미선)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달 중순 사내게시판에 ‘임금체계 및 근로시간 개편 등 공지’라는 제목의 공문을 게시했다. 공문에는 “모든 부서의 연봉 2천500만원 미만자는 기존 식대 항목을 삭제하고, 해당 금액을 기본급으로 산입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원무부·치료부·약국의 경우 연봉 2천500만원 미만자는 고정연장근로시간 및 고정휴일근로시간을 폐지하거나 축소한다”는 안이 포함됐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노동자들의 기본급에 식대와 각종 수당을 포함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체계 변경뿐만 아니라 ‘계약 연장 등에 대한 합의가 없는 한 근로관계는 종료된다’는 문구도 담겼다. 병원은 직원을 단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2년 이상 근무하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왔다. 직원 116명 중 근속 2년 미만자는 68명이다. 연차가 낮아 연봉 2천500만원 미만을 받는 단기계약직들은 고용마저 불안정해질 처지다.

병원은 공문을 게시한 뒤 이틀간 개별면담을 갖고 근로계약서 체결을 요구했다. 대부분이 근로계약서를 썼고, 10여명만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지부는 “식대와 수당을 기본급으로 산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꼼수”라며 “고용이 불안해 대응하기도 힘든 단기계약직 신분을 이용해 불합리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은 지난 19일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자에게 공문을 보내 “공지의 마감기한인 이달 24일까지 근로계약 체결을 또다시 거부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측에 의한 근로계약 지속의사 없음’으로 간주해 이후 관련 절차 진행시 참작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31일 회사가 제시한 안대로 1월분 급여를 지급했다.

임미선 지부장은 “병원이 취업규칙을 바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려면 노조 동의가 필요하니, 개별 근로계약서로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를 추진하는 것 같다”며 “협박에 가까운 병원의 꼼수를 저지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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