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사한 간호사 A씨가 설연휴 기간에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보건의료노조가 신입 간호사에게 충분한 교육·훈련 없이 무리하게 업무를 맡기면서 일어난 비극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19일 "유족과 병원 직원 등에게 확인해 보니 A씨는 입사 뒤 6개월의 적응교육기간에 몸무게가 5킬로그램이나 빠질 정도로 끼니를 일상적으로 걸렀다”며 “A씨는 10시간 넘는 장시간 노동으로 제대로 잠도 못 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실수로 환자의 배액관(수술 뒤 뱃속에 고이는 피나 체액을 빼내는 관)이 파손되는 일이 발생해 밤새 간호사 실수에 관한 소송 사례를 검색할 정도로 불안해 했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신규 간호사 교육·훈련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적응교육 기간 직무스트레스,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 실수에 의한 사고책임 부담에 시달린 것이 신규간호사인 A씨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나영명 노조 정책국장은 “신규간호사는 정규인력에서 제외돼야 하는데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간호사가 정규인력으로 투입되는 일이 다른 병원뿐 아니라 간호등급 1등급인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업무량이 과중되고 과실도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의 한 직원도 “서울아산병원이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이 가는 곳이다 보니 간호사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노조는 “신규간호사에 대한 적응교육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교육기간 동안에는 신규간호사를 정규인력에서 제외하는 등 신규간호사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간호사의 시간외근무와 장시간 노동을 실질적으로 막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신규간호사 자살사고 진상 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 △신규간호사 적응교육제도 개선△시간외근무와 장시간노동 근절을 위한 활동을전개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남자친구인 B씨가 소셜미디어에 "A씨가 병원 선배들에게 괴롭힘을 받았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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