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수 없어서 명절 당일 휴업을 본사에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본사에서는 설날 휴업하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편의점주 A씨)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부리는 편의점 사장도 프랜차이즈 본사에 매여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연중 무휴로 24시간 점포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출점수 기준 5대 프랜차이즈 편의점주 95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근무시간·휴식일 등 근무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소재 편의점주들의 37.9%가 쉬는 날 없이 일했고,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5.7시간이나 됐다. 주당 근무시간은 일반 자영업자에 비해 17.4시간 길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 자영업자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48.3시간이라고 밝혔다.

노동시간은 길었고 휴식시간은 짧았다. 쉬는 날은 월평균 2.4일에 불과했다. 조사대상의 37.9%는 아예 쉬는 날이 없었다. 평균 한 끼 식사시간은 15.6분에 그쳤다. 실태조사에 응한 편의점주의 69.7%는 “장시간 근무로 인해 건강이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건강이상 유형(복수응답)은 소화기질환(57%)이 가장 많았고 △관절질환(44.5%) △디스크질환(34.8%) △불면증(29.3%) △우울증(22.5%) 순이었다.<그래프 참조>

명절에도 쉬지 못했다. 편의점주 82.3%는 지난해 추석 때 영업을 했다. 전체 응답자의 86.9%는 명절 당일 자율영업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전체 응답자의 93.1%는 현재 심야영업을 했고, 이 중 심야영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62%였다.

서울시는 법령 개정 건의와 모범거래기준 수립·배포를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휴일·심야영업은 인력확보의 어려움과 건강권 침해, 범죄 노출 같은 우려가 존재하고 비정규 노동자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편의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근로자 휴식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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