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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 이재용 석방과 헬조선 변혁
   
▲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김승호

“이재용 ‘정경유착 오명’서 풀려났다.” 이것은 지난 2월6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리글이다. 전날 2심 재판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재용·박근혜 뇌물수수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면죄부를 줬다. 이재용은 1년 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로써 재벌 총수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뒤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풀어 주는 '재벌 3·5법칙'이 다시 한 번 불변의 법칙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이 나라가 친재벌과 반재벌 세력 둘로 나뉘어 있음도 또 한 번 극명하게 확인됐다. 민중은 이재용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일당과 뇌물과 특혜를 주고받는 정경유착 죄를 범했다고 사실대로 판단하는 데 반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지배세력은 이재용이 정경유착 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여론재판에 의해 그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고 자기들 입맛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재판은 노동자·민중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지점을 직시하고 잊지 말도록 지시해 준다.

하나. 지난번 겨울 수백만 촛불이 혁명적으로 타오를 때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민중의 구호는 청와대나 행정부를 향해서만 외쳤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구호는 입법부와 사법부도 포함된, 서로 분업과 협업을 하고 있는 모든 국가기구를 향해 외친 것이었다. 따라서 적폐세력과 적폐기구의 청산·해체에는 국가정보원과 정치검찰 같은 억압적 행정기구뿐 아니라 노동계급을 배제한 채 지배계급 전유물로 구조화돼 있는 입법부 및 그것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수구정당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나아가 가진 자들이 하나같이 입법부나 행정부에서 독립돼 있어야 하므로 건드리지 마라고 주장하는 수구 사법부 역시 포함해야 마땅하다.

또 하나. 지난 촛불혁명에서 노동자·민중이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을 때, 그 ‘나라’ 안에는 이러저런 국가기구들만이 아니라 그 국가기구들의 물적 토대를 이루고 있고 그것들과 불가분적으로 결합·융합돼 있는 독점재벌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촛불혁명 당시 민주노총은 공식적으로 재벌체제 해체를 요구했고, 많은 민중이 이에 동조했으며, 재벌에 대한 그런 분노의 초점이 삼성 총수 이재용이었다.

이런 맥락 속에서 이재용은 박근혜와 함께 공범으로 구속돼 재판받고 처벌됐다. 그러므로 적폐세력 청산이든, 수구세력 해체든 간에 그 안에는 반드시 삼성재벌을 정점으로 하는 독점재벌 청산과 해체가 포함돼야 마땅하다.

한편 삼성재벌 총수에게 극히 부드러운 처벌을 한 정형식 부장판사가 2013년 당시 야권인사인 한명숙 전 총리에게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하는 등 극히 엄하게 처벌해 왔음이 사실로 확인된다. 그리고 ‘재벌 3·5법칙’이라는 말이 세간에 유포된 것에서 보듯이 이런 편파적이고 부당한 재판을 한 것이 정 판사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 판사의 이재용 재판은, 재벌을 비롯한 수구세력의 역사적 범죄를 단죄함으로써 그런 범죄가 되풀이되지 않는 새 나라를 만드는 출발점이 돼야 할 역사적 재판이었다는 점에서, 재벌 총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 여느 판사들의 경우와 같을 수가 없다. 정 판사는 사법권력을 가진 자들의 특권과 특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삼아 왔을 뿐 아니라 끝내는 그 그릇된 구질서를 청산하라는 촛불혁명의 명령마저 정면으로 거역했으므로 배임죄로 실정법의 법정에 세워야 마땅하다.

이런 불법·부당한 재판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려면, 그런 반역사적 재판을 한 정 판사를 법정에 세우는 것과 더불어 그보다 더 중요하게, 현존 사법부를 전면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이때 우리는 자본주의 정치질서의 금과옥조인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이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서 보편타당한 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것은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기구에 대해 참여·결정·통제할 수 있는 노동자·민중의 권리 일체를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원리다. 다만 부르주아계급 안에서 어느 한 개인이나 분파가 국가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부르주아지의 집행위원회인 국가기구를 세 부분으로 나누고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게 한 것이다. 그래야 부르주아계급 내 각 분파나 개인들 간의 공생원리인 다원주의가 보다 잘 이뤄질 터이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대안 원리는 입법이든 행정이든 사법이든 모든 국가기구 활동을 노동자·민중이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이에 비춰 보면 사법부가 행정부에서 독립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법기능도 다른 국가기구들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민중에 의해 직접 결정하는 것이다. 그게 인민재판이다. 여러 여건상 이렇게 민중이 직접 결정하는 사법으로 나가지 못하면 차선책으로 민중에 의해 통제되는 사법 정도로는 사법이 민주화돼야 한다. 예컨대 판사의 재판은 간접적으로라도 국민의 감찰을 받아야 한다. 또 입법부나 행정부의 수장처럼 사법부 수장도 국민에 의해 선출해야 한다. 이런 정도는 바꿔야만 가진 자들에게는 솜방망이를 선물하고, 민중에게는 쇠몽둥이를 내리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재판 관행이 혁파될 것이다. 또 ‘재판이 아닌 개판’ ‘판경(判經) 유착’ 등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사법부를 이렇게 새로 태어나게 만들려면 사법부 하나만 뚝 떼어내 개조하려고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모든 수구적·억압적 국가기구들과 동시에, 또 그것들의 물적 토대인 독점재벌까지 청산·해체하는 헬조선 변혁을 이뤄 내야 한다. 그 헬조선을 유지시키는 가장 큰 힘이 독점재벌들이고, 그 가운데서도 독보적 존재가 삼성이다. 삼성재벌을 꼭 해체시키자. <민주주의 체제하 ‘자본의 국가 지배’에 관한 연구 : 삼성그룹을 중심으로>(이종보, 성공회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2010)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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