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광장에 비둘기 한 마리 잔뜩 움츠린 채 꼼짝하지 않는다. 햇볕 아래에서 추위를 피한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다. 30년 전 88서울올림픽 개회식에서 3천여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평화의 상징이었다. 성화대에 앉았던 몇 마리가 화염 속에서 타들어 갔다. 88년 비둘기 참사로 불린다.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오늘날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비둘기 모양 풍선 따위를 날리는 것으로 그 뜻을 짚는다. 광장에 또한 사람들이 잔뜩 움츠린 채 섰다. 언젠가 평택 칠괴동 자동차 공장에 불길이 솟았고 헬기가 날았다, 연기 자욱하던 공장 지붕에서 경찰특공대가 대테러 장비 들고 뛰었다. 옥쇄 파업이 끝났다. 버틴 사람들은 다치거나 감옥에 들어갔다. 2009년 쌍용차 사태로 불린다. 대규모 정리해고 싸움의 상징이다. 파업 이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가 뒤따랐다. 죽음이 잇따랐다. 노사합의 끝에 37명의 해고자가 공장으로 돌아갔다. 130명이 남았다. 16억원 청구서가 낙인처럼 남았다. 2018년 겨울 분수대 광장에 가만 서서 길을 물었다. 옆자리 지키던 썬코어 노동자가 묻기에 이런저런 오랜 경험담을 풀었다. 주거니 받거니 만담처럼 길었다. 처지 알아 서로 가깝다. 또 한 번 설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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