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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추워도 올림픽은 열린다
   
▲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날씨가 너무 추워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데 추위 때문에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극소수를 제외한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일 것입니다.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내려온 묵호항까지 찾아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악을 쓰는 많은 분들의 속마음도, 실제로는 날씨가 좀 풀려서 올림픽이 잘 치러졌으면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올림픽이 우울한 소식으로 넘쳐나고 있는 지구촌에 그나마도 많은 국가가 흥겨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평화축제이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북한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으로 핵전쟁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던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평화의 잔치를 벌인다니 얼마나 기쁜 일이겠습니까? 어쨌든 이 올림픽이라는 잔치 분위기를 잘 활용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항구적인 평화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도 미국도 같을 것이고, 중국도 일본도 러시아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구촌의 어느 나라가 평화보다 전쟁을 원하겠습니까? 특히 핵전쟁은 인류 공멸의 시작임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며칠 전 어느 행사장에서 청년 몇 분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올림픽 얘기가 나오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가 화제가 됐습니다. 20대 중후반의 젊은이들이었는데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올림픽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전 세계인의 스포츠를 통한 축제인데, 이번 사태는 너무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를 내세운 정치적 개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이미 출전이 확정돼 시합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의 출전 기회를 본인들과의 협의나 양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박탈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지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확보한 개인의 기회를 빼앗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확고한 판단이었습니다.

이들이 이런 논리에 매달리는 것은 그 논리가 정당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처해 있는 처지가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현실에 바탕하고 있다는 데 너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은 정상적인 삶으로는 근본적으로 소외당하는 사회 속에 있습니다. 온갖 노력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스펙을 쌓아 정규직으로 취직해 웬만큼 급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제대로 키우기 힘들고 제 집 마련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사회인데, 이런 상황에서 일방적인 특혜로 자신이 손해 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지요. 더욱이나 비정규직이 절반이 넘는 현실에서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청년들의 얘기를 들으며, 투기나 사술에 가까운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정책에 왜 청년들이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들에게는 스스로 정상적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구조적으로 봉쇄돼 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그들은 올림픽은 평화롭게 잘 열렸으면 좋겠다는 데는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선수단과 응원단 그리고 문화사절단을 책임 있게 보내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 같다며 여러 가지가 기대된다며 좋아했습니다.

이런 청년들의 아프면서도 성숙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 청년들에게도 크게 못 미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행태가 안타까웠습니다.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라느니, 북한의 참가는 기만적 평화공세라느니,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또 핵실험이 시작될 것이라는 둥 모처럼의 평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어쩌면 북한은 체제유지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미국은 제재의 목줄을 더 세게 조여, 북한을 무조건 무릎 꿇게 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평화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부통령의 오만한 태도가 그걸 잘 보여 줍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유치도 힘들었지만 많은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경기장 건설을 위해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된 가리왕산의 수백년 천연수림을 파괴하는 등 자연훼손은 말할 것도 없고, 결국은 엄청난 적자를 남길 것이라는 경제적 전망 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희망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이 진정한 평화올림픽이 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그래서 북한과 미국 사이의 전쟁 위협이 없어져 세계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다른 많은 어려움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꼭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평화올림픽은 열립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이수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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