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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쟁점은

정부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정규직 5개 직종 노동자들에게 적용할 표준임금체계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이다. 청소·경비·시설관리·조리·사무보조 직종에 우선 적용하고, 확산한다는 복안이다. 노동계는 “저임금을 고착화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실무 TF 확대회의’에서 최종안을 내놓으려 하자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안건 상정을 막았다.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표준임금체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었다.


인건비 증가 없는 정규직화, 전형적 분리직군제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

지금 정부가 이야기하는 표준임금체계는 전형적인 분리직군제다. 과거 2년 이상 근무시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은 정규직과 별도의 분리된 직군을 만들었다. 승진도, 임금에도 제한을 뒀는데 이 형태를 부활하려 하고 있다. 직무급제를 말하면서 초임이 얼마인지, 향후 임금이 어떻게·어디까지 오를 것인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비정규직일 때의 차별을 그대로 가져가는 형태가 아닐까 추측된다.

너무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 하고 있다. 직무급을 도입하려면 전 사회적인 학력별·직종별 임금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검토하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지금 이야기되는 형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말하면서 인건비 증가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 주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대로라면 차별은 계속되지만 이 차별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 말 하지 못하게 되는 이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노무직군·사회기술직군이나 저학력자들에 대한 중첩적 차별이 공고해질 우려도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한 직무급제라면 초임을 어느 수준으로 맞출지, 임금이 정규직에 준해 올라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설계도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안은 합리적, 사회적 대화로 문제점 줄여야
이상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부)

이상민 한양대 교수(경제학부)

정부가 마련한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정규직(공무원)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체계를 한꺼번에 바꾸면 좋았을 것이다. 정규직 전환자들의 임금체계를 먼저 바꾸면서 기존 정규직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직무급이 없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가 마련한 표준임금체계 모델은 현실과 합리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본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같은 직급으로 묶어 그 안에서 근속연수와 숙련정도에 따라 승급이 이뤄지도록 했다.

다만 표준임금체계 모델은 그대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을 전제로 마련했다. 앞으로 기존 정규직 임금체계 변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논란은 기존 정규직과 새로 전환한 정규직 간의 임금차이가 타당한 차이인지, 차별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논의가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사회적 합의 영역에 속하는 이슈다. 향후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문제점들을 완화해 줘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서 표준임금체계 모델은 최선의 직무급이라고 본다.


표준임금체계 모델 철회하고 노동계와 협의 필요
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

장인숙 한국노총 고용정책국장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일방적으로 연구용역한 뒤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행정안전부의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관련 정년 및 임금체계기준안’은 15년 동안 일해도 9급 공무원보다 적은 월급을 받게 설계된 임금억제 정책이다. 이번 표준임금체계 모델(안)도 행안부의 임금체계기준안과 별반 차이가 없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은 급여의 기준이 최저임금이기에 최고 승급으로 올라도 최저임금의 1.4배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최저임금 직무급일 뿐이다. 기관별로 표준임금체계보다 임금수준이 높아도 차별적 임금인상률을 적용하기에 전환자 임금은 하향평준화될 수밖에 없다. 기관별 자율성과 각종 수당 신설을 막아 근로조건 향상은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임금체계 개편이 아닌 임금수준에 대한 정부의 일방적·강제적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 저임금 개선과 직종별 동일노동 동일임금, 생활임금 확산, 차별 해소에 대한 정부 의지는 실종된 채 단지 호봉적 근속승급을 막기 위한 졸속적 내용일 뿐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조(당사자)와 전혀 협의가 되지 않은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실현은 노조(당사자)와의 소통이 그 출발점이다. 제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부가 알아서 해주는 방식이 아니라 노조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표준임금체계 모델(안)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직무당사자와 노동계 참여로 충분한 협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차별을 해소하는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하고 과거 정부보다 전향적인 정규직 전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하고, 민간부문의 비정규 일자리도 질을 제고하겠다는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피를 말리는 고용불안에 숨죽이는 비정규직에게는 숨통을 터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권한을 각 기관에 맡겨 두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상시·지속업무임에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되거나 누락되는 등 갈수록 길을 잃고 있다. 노동부를 비롯한 17개 중앙부처는 현장의 혼란과 왜곡을 바로잡는 것에 총력을 다해야 함에도 이번에 전환된 무기계약직의 저임금 체계를 만드는 데에만 힘쓰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표준임금체계 모델의 문제점은 첫째 전체 무기계약 노동자의 임금실태조사를 하고 당사자와 먼저 협의를 하는 것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임에도 일방적으로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책정하고 5단계 구간을 설정해 평생 최저임금 범위를 벗어날 수 없는 저임금 차별고착 임금체계다. 셋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고용안정과 차별해소가 목적인데 표준임금체계 모델은 근속성이 배제됐다. 일을 하면 할수록 정규직과 임금격차가 더 확대된다.

무기계약직의 통일된 임금체계는 필요하다. 노동부는 임금동결 체계나 다름없는 표준임금체계 모델을 폐기하고 원점에서부터 노동자와 논의해야 한다.


차별 합법화, 최저임금 고착화 직무급제 반대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체계를 정하면서 정부에서는 소위 직무급제라는 임금체계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직무급제란 업무 성격과 난이도, 책임 정도 등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임금체계다. 일부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직무급제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은 채 직무급제라는 달콤한 단어에 속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정규직 전환자에게 적용하려고 하는 직무급제는 최저임금에 기반한 직무급제다.

이번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공공기관들이 불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간제법 2조와 5조 위반을 엄폐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겠다는 심산이 깔려 있다. 평생을 일해도 공무원 임금의 39%, 공무원 9급 1호봉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다. 차별을 합법화하고, 최저임금으로 임금을 고착화하려는 임금체계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직무급제에 대해 민주일반연맹은 1월11일과 30일 두 차례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 앞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민주일반연맹은 전국 150개 자치단체에 조합원이 있는 엄연한 교섭 당사자다. 교섭 당사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직무급제 추진에 민주일반연맹은 전국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노동자를 포함한 공무직(무기계약직) 노동자의 양질의 일자리와 처우개선을 위해 행자부·지자체협의회·노조 3자 간 단체교섭을 요구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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