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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탐욕을 멈추는 힘은 ‘두려움’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한국 사회 사법부가 기업인들에게 참으로 관대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의한 권력과 결탁한 이 사안에까지 ‘집행유예’를 판결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여론은 사법부에 대한 비판으로 들끓었다. 전날 페이스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혜경님이 ‘이재용 부회장이 죗값을 제대로 받지 않을까 봐 불안해서 입술이 부르트고 밤잠을 설쳤다’고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 기업에 의해 고통을 당한 노동자들은 기업과 사법권력의 결탁을 지켜보며 분노를 삼킨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그런 마음이었다. 2015년 7월 노동자들은 원청인 아사히글라스를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다. 그런데 검찰은 이 사안을 수사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었다. 지난해 9월, 2년 만에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은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을 인정해 하청업체 노동자 178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아사히글라스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자 노동부는 아사히글라스에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검찰이 나섰다. 2017년 12월 대구지검이 아사히글라스의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다.

노동부 조사과정에서 회사측 노무사는 아사히글라스의 노조파괴 시도에 대해 진술했다. 원청 일본관리자가 하청업체 사장을 불러 “9천억원이 있으니 노조만 깨면 아깝지 않다”고 하거나 원청업체 관리자가 하청업체 관리자에게 전화해서 노조 대응을 강요한 사실도 확인됐다. 하청업체인 ㈜지티에스가 ‘(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씨는 위험인물이니 만나지 말라’고 현장 작업자들에게 강요한 진술도 있었다. 아사히글라스는 사내하청 노조가 설립되고 조합원이 늘어나자 계약기간이 남았는데도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버렸다. 부당노동행위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검찰은 이 증거들을 모두 무시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해 버린 순간 더 이상 죄를 묻기 어렵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하게 공간을 분리시켜 놓고, 하청업체 관리자가 업무지시를 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아도 결국은 원청이 생산량을 정하고 업무지시를 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명백한 사실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만들기 위해 억지논리를 만들었다. 원청의 ‘작업지시서’에 따라 일을 했지만 ‘직접’ 작업지시를 한 것은 아니니 상관없다거나, ‘도급인의 검수권’이라는 권리를 마음대로 만들어 내서 원청의 관리감독을 합법으로 둔갑시킨다. 노동부 조사에서 하청관리자가 “원청이 하청업체의 인원재배치를 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검찰에서는 전화 한 통으로 그 진술을 뒤집고 뒤집힌 진술만을 근거로 삼았다.

기업인들을 처벌하지 않으려고 기상천외한 법 논리를 개발해 내는 법원과 검찰은 노동자들에게는 참으로 엄격하다. 2016년 1월 동양시멘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해고된 후 현수막을 무단 철거하는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했다는 이유로 무려 7명이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미 구속된 2명 외에 5명이 법정구속됐다. 노조에 대한 판사의 악의성이 드러나는 판결이었다. 노조를 탈퇴한 이들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던 것이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아사히글라스 사측에 대한 고소건은 시간을 있는 대로 끌었지만 아사히글라스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건은 일사천리였다. 업무방해·폭력·모욕·상해 등등 이름도 무시무시한 각종 혐의로 조합원들은 기소되고 범법자가 됐다.

기업이 탐욕을 멈출 때는 ‘두려울 때’뿐이다. 기업의 범죄를 제어해야 할 검찰이 기업의 눈으로 수사를 하고, 법원이 기업인의 죄를 경감하기 위해 억지논리를 만들어 낼 때 그 기업은 이윤을 향해 폭주한다. 사람이 죽어도, 노동자의 삶이 파괴돼도, 환경이 망가져도, 공공성이 사라져도, 민주주의가 후퇴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윤만을 쌓는다. 지금이 그렇다. 기업이 ‘두려움’을 느껴 범죄행위를 멈추도록 하려면 ‘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할 것이고, 그래서 사법개혁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에 대한 존중은 기업이 노동자들을 두려워할 때 가능하다. 기업이 노동자를 두려워하는 경우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때다. 그리고 아사히글라스 노동자들처럼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질기게 싸울 때다. 지금이 노동자의 힘을 보여 줄 때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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