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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심사위원 체험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금융권에서의 채용비리에 관한 수사가 한참이란다. 어떤 은행은 VIP 목록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한다. 누구는 ‘금수저’를 물고 났다고 하고 누구는 아예 ‘수저’조차 없다고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진정 허탈해할 만한 세상이다. 절망을 넘어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리라. ‘강남 아파트 평균 시세 7억원’이라는 시대에 살아가는 요즘,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는 기성의 시각으로 청년 예비노동자들을 타이를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수도권 한 공공기관이 실시하는 신입직원 채용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온종일 밀폐된 공간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답답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런 호사스러운 생각도 잠시, 면접관입네 하면서 지원자 한 명 한 명을 맞이하면서 그 무게감이란 극도의 엄중함으로 다가왔다. “60대 1입니다.” 점심 식사자리에서 인사담당관에게 들은 답이다. 무려 60대 1이라는 경쟁을 뚫고 면접자리까지 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번에는 100대 1이었습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저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저는 직업군인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지원했습니다.” 소위 블라인드 면접인지라 그들의 이력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려웠지만, 스스로 밝힌 지원자들의 이력은 다양했다. 때로는 화려하기까지 했다. “너무나 일률적인 자기소개서인지라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가(채용심사 초짜여서 그런지는 모르나) 보기에는 모두가 충분한 자격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냥 제비뽑기를 하는 게 더 공평하지 않겠어요?”라고 물었다.

우리 사회에서 청년일자리 문제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새로운 정부, 대통령이 앞장서서 청년일자리를 챙기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얼마 전 정부 발표에서도 청년실업률이 무려 10%를 육박했다고 한다. 잘 알고 있듯이 정부 통계의 허술함과 이른바 자발적 구직포기자를 고려하지 않은 통계라서 위 10%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청년 4~5명 중 최소 1명 정도가 실업자 내지 구직자 아니던가. 외국의 청년실업률까지 들먹이며 정부 책임을 묻는 자가 밉기도 하지만 정작 뚜렷한 대응은 하지 못하고 있다.

면접을 하면 할수록 느낀 점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활황이어서 민간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이보다 나은 그림은 없을 게다. 만약 희망대로 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공공부분 일자리다. 달리 다른 길이 없다. 이날 채용을 한 회사도 지방공기업이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도 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채용담당자의 답은 채용이 필요한 사업 분야는 충분하지만 지방정부의 예산지원이 걱정이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앙과 마찬가지로 지방정부도 예산 범위 내에서나 운용이 가능하지 않겠나. 그런데 걱정스러운 일은 가면 갈수록 부는 편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똑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본으로의 쏠림(자본>>노동)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아울러 노동시장은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미 우리 사회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오래된 진단이다.

진단 결과는 같지만 그 해소방안은 제각각이다. 어떤 지도자는 “‘우리나라에 청년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물을 정도로 해외로 나가라”며 청년들의 등을 떠밀었다. “아 그 어려운 일, 나도 해 봤다(me too)"며 억지논리를 펴기도 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들이 한 주장은 말로 끝났다. 정책을 집행하면서 불법과 편법, 뇌물과 부조리가 없었다면 더 나은 성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해소방안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적어도 우리 사회가 청년들과 그들의 일자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에나 가능한 논리가 아닌가. 반세기전 독일과 미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노동자들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그때는 도저히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국가라고 인정받고 있다(정부 스스로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한쪽으로의 쏠림이다. 이러한 상황을 ‘분배의 문제’나 ‘생산의 문제’, 그 어느 것으로 정리하든 현실을 진단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제1의 선택은 충분히 나누는 노력이 먼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당한 주장인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음을 안다. 우리 헌법에는 ‘일’을 ‘의무’라고 정하고 있기에 나름 형식논리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위 헌법은 위헌이라는 게 오늘의 헌법규범을 해석하는 헌법학자 다수의 의견이다. ‘일자리’는 시민과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오히려 국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그것도 ‘인간의 존엄이 인정되는 일자리’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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