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정부는 지난 1월23일,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조응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를 조성하기 위해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했다. 감축 목표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 사망만인율 절반 감축’을 설정했고, 이를 위해 ‘주체별 역할·책임 명확화 및 실천, 위험 분야 집중관리, 현장 관리·감독 시스템 체계화, 안전인프라 확충 및 안전중시 문화 확산’을 실행 계획으로 내놓았다. 이를 통해 5년 내에 사망재해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수준까지 감축하겠다는 것인데, 현재의 노동현장 상태를 아는 관계자들이라면 실로 이 목표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것이다.

기실 지난 정권에서도 산재사망 감축은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상기한다면 더욱더 그렇다. 물론 새 정부 들어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과 고용노동부 장관의 강력한 의지가 남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목표를 실현하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와 유사한 사고로 가벼운 부상을 당하거나, 부상을 당할 뻔했던 경우가 이미 상당히 많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그와 연관된 경미한 사고 등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노동안전보건 예방활동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적 노동안전보건 예방활동은 노동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현재 안전감독관수로는 감당도 안 되고, 설사 안전감독관을 증원한들 전체 사업장을 포괄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현장 노사가 안정예방의 ‘최전방’이다. 이런 점을 인식해 노동부 역시 이번 계획에 ‘주체별 역할·책임 명확화 및 실천’을 맨 앞자리에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계획에서조차 노동자가 책임 주체로서 실천하기에는 여전히 권리와 권한이 턱없이 모자라다. 또한 노동조합의 집단적 개입 역시 언급조차 없다. 현장의 안전보건예방에 있어 원·하청 사업주가 우선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그에 따른 권한도 부여돼야 한다. 그러나 일하는 노동자의 개별적·집단적 권리가 확대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예방에 이를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왜 산재사망 감소가 더뎠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의 개별적·집단적 참여와 거부의 권리가 별반 진전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 즈음에 아산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프레스기에 몸이 끼여 숨진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노동부 천안지청은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나서야 현장 안전진단을 하고, 다시 5시간이 지나서 사업주에게 작업중지 명령을 했다. 현실이 이렇다. 즉 관리감독기관의 대응은 구조적으로 언제나 늦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응으로는 사망사고를 5년 이내에 OECD 평균 이하로 감축시킬 수 없다. 현장에서 작업중지든, 재발방지대책이든 무시될 수 없는 작업자와 노동자조직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번 계획에서 제출한 ‘보호구 착용 등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감독·점검 등을 활용한 계도·적발(과태료 부과) 강화’나, ‘공공발주 공사에서 개인보호구 미착용 등 안전수칙 위반시 1차 현지 시정지시 후 2차 위반시 즉시 퇴출’ 도 필요한 것이겠지만, 정작 ‘긴급대피 및 작업중지 요청 제도 실효성 보완’을 위해서는 작업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실질적으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환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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